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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가 내릴 듯 하다가 내리다_161114, 월

연이은 주말의 촛불집회로 처가집도 다녀오지 못하고 토요일에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몸이 무겁다. 그래도 지난주와 또 상황이 달라져서 이제는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대부분 손에 촛불이나 손팻말을 들고 평화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덕수궁 앞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서대문쪽에 앉아 있다가 정부청사 앞까지 행진을 했다. 아들 친구와 끝나고 나서 함께 뒤풀이를 하고 났더니 흐뭇했다.


집안 청소와 분리수거까지 하고 났더니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질듯 말듯 한다. 많이 쏟아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달리기로 했다. 안양천 자전거 도로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여전히 천변의 벗나무들이 고운 색으로 물들어 있다. 집으로부터 15km 지점의 고가 아래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빗방울이 너무 굵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지, 계속 가려면 전열을 정비해야 했다. 10여분을 쉬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오히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데이터도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다 써 버려서 날씨 상황도 점검할 수 없다. 마침 그리미가 전화를 해 와서 물어봤더니 3시까지는 비가 내린다고 한다. 페니어에서 방수장비를 꺼내어 안장과 전기제품이 든 가방을 감쌌다. 그리고 출발. 엉덩이로 차가운 빗방울이 들어오지 않으니 훨씬 달리기가 좋았다. 


어제 저녁에 그리미에게 부탁해서 개량한 스키마스크도 아주 좋았다. 날이 더 추웠다면 좋았을텐데 봄날처럼 따뜻해서 더웠으나 착용감이 훌륭하다. 실용신안이라도 내서 생산해서 판매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름하여 무일 동계 스키마스크.





무일농원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늦은 점심을 먹고 두 분과 함께 벼를 모으고 비닐을 덮었더니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린다. 화끈하게 내리면 일 안하고 놀텐데, 내릴 듯 말듯 하니 그냥 일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잘라 놓은 대추나무 가지를 절단해서 가마솥 옆에 옮겨다 두었다. 그것 하나 정리했는데도 마당이 훨씬 정돈된 느낌이다. 밭으로 가서 들깨단 태우시는 것을 도울까 하다가 그냥 부직포와 비닐을 걷기로 했다. 나중에 저녁을 드시며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보니 들깨단을 옮겨 드릴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순이 넘으신 두 분에게는 이제 들깨단 조차 버거운 일이 되신 모양이다. 그래, 자꾸 일을 줄여 들이자. 그런데도 집앞의 2천여 평 밭에 눈길이 가니 사람의 욕심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만일 앞의 밭을 사게 되면 위의 밭은 팔아버릴 것이다. 밭보다는 집을 짓는 것이 좋아보이는 땅이다.


부직포를 걷는데도 잡초가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걷히지를 않는다. 씨앗을 다 떨궈놓고 제 할 일 다한 풀들이 밭둑을 점령하고 있다. 내년에 저 많은 풀씨들이 머리를 내밀면 무엇으로 밀어내야 할 지 벌써부터 암담하다. 손으로 풀씨들을 슥슥 긁어 모아서 밭너머 야산으로 던져 버렸지만 남겨진 형제들이 훠얼씬 많다. 그래 그때 가서 처리하자. 풀을 다 뽑아서 야산으로 던지고 짧은 이랑 두 개 겨우 처리했는데, 해가 진다. 보람찬 하루였다. 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니 제법 비가 쏟아진다.


지난 주에 비속에 퇴근을 하면서 8천km를 찍었다. 고지가 저기에 보인다. 목표인 1만 km를 달성하면 투자비 120만원을 회수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달성이 가능하다. 이제 다음 목표는 2만 km이고, 장기 목표는 10만 km다. 헤르메스로 10만 km를 달리려면 지금 추세대로는 22년 정도가 걸릴텐데, 그러면 칠순이 넘는다.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여행이 필요하다. 한반도 일주 + 제주도 일주 + 중국 일주와 같은. 목표달성을 위한 여행이 또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