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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용사들의 피부가 참 좋다_170105

너무 따뜻했는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 시부터 12시까지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노력하며 뒤척이다가 할 수 없이 일어나 중국인이야기를 찾아 읽는다. 후스의 3종 4덕과 장징궈의 생애에 대하여. 1년도 안된 책인데도 기억이 마구 섞여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인데도. 2시 반까지 읽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7시가 채 못되어 잠이 깨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있다가 그리미와 우주신이 밖의 날씨를 정탐하러 간 사이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내려 갈 준비를 서둘렀다. 프런트에서 확인했더니 이 정도 비와 바람은 안전하다고 한다. 곤돌라도 정상 운영되고. 만일 하산이 어려울 정도면 비상 대책은 있는 것이다.


三从 : 跟从 gēncóng / 服从 fúcóng / 盲从 mángcóng

四德 : 等德 děngdé / 记德 jìdé / 忍德 rěndé  / 舍德 shèdé










아침 식사는 뻬이하이(北海 Běihǎi) 빈꽌(宾馆 bīnguǎn)이 좋았다. 배를 채우기에 어려움은 없으나 호박죽, 볶음밥, 볶음면, 팥빵 정도로 식사를 해야 했다. 약간의 채소와 과일. 뭐 이 정도도 좋은데, 서비스 수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의 식사다. 점심으로 준비한 것이 누룽지와 율무차, 커피 정도여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우주신은 처음으로 사이더 한 캔을 사다 먹는다. 그만큼 부실하다는 이야기. 맥주값과 같은 15콰이(2,700원).

 

우비까지 단단히 챙겨 입고 출발. 빈꽌(宾馆 bīn guǎn)에서 세 명의 청년들이 함께 내려간다. 일단 한 팀이 함께 하니 마음이 놓인다. 비는 가벼운 가랑비 수준이라 걱정할 것이 없었고, 바닥도 전혀 미끄럽지 않아서 더욱 안심이 되었다. 밤새 강하게 불던 바람도 계곡과 숲의 방어막으로 심하게 불지 않는다. 출발이 매우 순조롭다.

 










잔도의 짐나르는 용사들이 가볍게 뛰어 내려가는 것을 흉내내어 나도 가볍게 뛰어보았다. 일단 속도도 약간 빠르고 무릅에 무리도 덜 가는 느낌이다. 워낙 계단이 일정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가능한 주법인 모양이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내려갔더니 발바닥이 아프다. 열 계단에서 스무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멈춰서서 그리미를 기다리며 발바닥을 쉰다. 그렇게 보조를 맞추다 보니 속력은 비슷한데, 사진 촬영을 할 시간을 벌었다. 끝까지 가볍게 달려 내려오는 것이 가능했다. 내일 아침에 무릎이나 다른 곳에 이상이 없다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잔도의 용사들은 계속해서 짐을 나른다. 오늘은 영객송 못미쳐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커다란 석재 보도블럭을 네 장씩 나르고 계셨다. 다른 물건들 보다 무게가 더 나가 보인다. 점심 간식으로 준비한 단 하나의 양갱을 용사에게 건넸다. 맛있게 드시며 고맙다 하신다. 그제도 쉬면서 우연히 만난 용사들에게 타르트 쿠키나 귤, 쵸코렛을 건넸더니 맛있게 드셔서 기분이 좋았다. 한 용사가 담배가 있으면 한 대 달라고 했는데, 가진 것이 없어서 드리지를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아주 잠깐 동안이나마 기분좋은 시간을 나눌 수 있다.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용사들의 피부가 대체로 맑고 깨끗하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모양이다.


짐을 나르는 용사들도 대단하지만 이 날씨에 계속 일을 하고 있는 분들도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난징에서도 아주 늦은 저녁까지 계속 일을 하는 농민공들을 볼 수 있었다. 농민과 노동자들의 나라에서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들이 정해진 삶터를 떠난 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렇게 살도록 방치하는 것은 시진핑을 비롯한 모든 정치지도자들의 잘못이다. 하루 빨리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이 되기를 바란다. 열심히 일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장관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구름들을 밀어내고 스스로 위용을 드러낸다. 백운대와 인수봉과 포대능선을 거대하게 연결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그 바위 위에서 소나무들이 씩씪하게 자라고 있다. 바람이 강한데도 미동조차 없는 것을 보면 거대한 바위가 비바람을 막아 주기도 하고 뿌리를 단단히 잡아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설명이 불가능한 모습이다. 호텔의 벽면들을 장식한 황산의 멋진 모습들 중의 일부나마 감상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끝없이 내려가는 길 위에서, 비옷으로 단단히 무장해도 소용없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사람들이 올라온다. 거의 외국인을 볼 수 없었는데 외국인들을 만났고, 일본인도 단 한 명 만났다. 퉁퉁해서 중국인인줄 알았는데, 어눌한 영어에 전혀 모르는 중국어까지 틀림없는 일본인이었다. 우리가 한국을 대표한다. 아직까지 한국인이 없다. 단체 관광객조차 없다. 중국인들은 영객송 앞에서 힘차게 화이팅을 외치며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 이 비를 맞으면서도 황샨에 오른 것이 정말 기쁜 모양이다.














 

바위는, 거대하므로 부셔지지 않겠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마구 번져가는 황샨송의 뿌리를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 화강암의 성질상 시멘트처럼 서로 어우러져 단단해 질 수 없을 텐데. 아니다. 오랜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돌과 뿌리가 같이 연약하여 서로 의지하며 자라왔을 수도 있다.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화강암은 일찍 나이들어 머리가 벗겨지고, 천천히 자란 소나무는 이제 막 장년기에 접어들어 연륜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짙은 구름은 거센 바람에 밀려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밀려 들어온다. 거대한 바위들은 구름을 밀어내며 스스로의 자태를 뽐내려 한다. 아찔한 바위 속을 뚫고 곤돌라들이 계속 오르 내린다. 숨막힐 것같은 장관들, 빨아들일 것같은 짙은 안개가 온몸을 휘감는다.













 

비에 젖어 카메라는 더이상 사진을 기록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1시간을 되뇌이며 내려오다 보니 어느 덧 자광각에 도착했다. 버스도 우리를 기다려줘서 추위에 떨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 안에는 히터가 돌지 않아서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비바람을 잘 막아 주었다. 환승센터의 대합실에서 빵(25원)을 하나 사고 수건(15원)도 하나 샀다. 빵은 따뜻한 차와 함께 먹을 만했으나 수건은 영 아니었다. 몸에서 물기를 닦아내 주기는 하지만 그 때마다 올이 빠지면서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다. 너무했다. 중국의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으셨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에 오르는데, 올 때 보다 더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 미니버스다. 난방도 되지 않아서 젖은 몸이 풀리지를 않는다. 황산기차역에 내려 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고속도로를 타고 갈테니 1인당 3콰이씩을 더 내라고 한다. 뭐, 좋은데. 왜 우리 한테만 걷지. 꽉 차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따지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우리가 통행료 내 주는 것으로 인심한 번 쓰자. 그나마 영어로 통역을 해 주는 학생 덕분에 계산을 끝내고 버스가 출발할 수 이었다. 탕커우 환승센터에서 바로 고속도로를 타고 툰시로 가니 시간은 10여분 절약된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대합실에다 짐을 풀고 기차표를 찾으러 갔다. 여권과 예약번호를 받더니 기차표를 출력해서 준다. 마음이 턱 놓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올드시티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시간은 4시도 되지 않았다. 택시로 8원이 나왔기에 10원을 주고 내렸다. 진달래 식당에는 사장님이 없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종업원들만 있다. 사람들이 없으니 그제와 달리 분위기가 썰렁하다. 일단 춥다고 온풍기를 틀어 달라 했더니 돌려준다. 금방 따뜻한 바람이 분다. 김치찌개와 소고기 두 접시를 시켰는데 역시 냉동이다. 잘 먹었다. 계란찜도 시켰다. 소주 한 병으로 무사귀환한 것을 축하했다. 


저녁을 실컷 먹고 나서 황산국제호텔에 전화를 해서 두 시간 정도 객실을 쓸 수 있는지 물었다. 200원이란다. 협상을 했어야 했는데, 그냥 오케이를 해 버렸다. 그래, 받아준다는 것만도 고마운데 말이야. 더블룸 키를 받아들고 가서 일단 순서대로 샤워를 하고, 겉옷과 양말, 신발 등 꼭 말려야 할 것들을 말렸다. 깔창이 있는 신발은 대채로 쉽게 말릴 수 있었는데, 그리미의 신발은 일체형이어서 잘 마르지가 않는다. 두 대의 드라이기로 계속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래도 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흘러가 버렸다.


막상 호텔을 나서려고 하니 택시가 눈에 띄지 않았다. 비가 내리니 차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한참이나 걸려서야 차를 한 대 불러준다. 분명히 황샨 후처쩐이라고 했는데,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는 것을 보면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모양이다. 흠,,, 어쨌든 택시가 와서 타고 갔다.


대합실은 2층이다. 약하지만 무료 와이파이도 작동하고 있어서 카톡으로 여기저기 안부와 함께 자랑질을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일기를 쓰는데, 몸이 피로해서인지 자꾸만 눈이 감긴다. 신발이 다 마르지 않아서인지 발바닥이 습한 느낌이 들어 괜히 찜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