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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큰 강은 동으로 흐르고_170103

새벽 3시에 잠이 깨었다. 눈을 감고 계속 생각했다. 짐을 줄일 방법을. 별로 없다. 먹을 것을 줄이고 황산 정상에서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 좋다. 어느덧 7시가 되었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그리미가 내 침대로 건너 왔다. 우주신에게 먼저 씻으라 하고 잠시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다. 짐을 줄여야 한다. 키보드도 약도 햇반도 하나씩 줄였다. 별로 가벼워 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고 호텔을 나섰다.






5년여 전 타고 다니던 빵차 생각이 난다. 의자도 그대로다. 다행이 비수기라 사람이 적어서 발받침대로 사용했다. 비슷한 거스름돈이 많은지 미리 접어 둔 돈을 내민다. 지폐의 종류가 많으니 5원 지폐는 이렇게 접어서 표시를 해 두는 모양이다. 불편했지만 시골길의 정취를 즐기며 간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도 큰 행복이다.




빵차의 정류장이 왜 저기인지는 모르겠다. 탕커우에서 툰시로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4시 반이 막차다. 그전에 내려와야 한다. 버스 매표소의 아주머니는 유창한 영어로 버스 시간을 말한다. 다른 영어는 못 알아 듣겠다. 




 

황산국제대주점(黄山国际大酒店 huángshān guójì da jiǔ diàn) 앞에서 바로 탕커우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물어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니 빨리 판단해야 했다. 조금 기다리다 그냥 버스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확실하니까. 잔돈을 다 빼 놓아서 10위안을 내고 버스를 탔다. 터미널 바로 앞에서 탕커우 가는 미니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니었다. 세 분에게 물어서 간신히 알았다. 터미널 8번 게이트에서 탕커우행 미니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에는 '타이핑(太平)'행이라고 붙어 있다. 또 다른 버스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약간 불안하지만 워낙 여러 번 확인했으니 맞을 것이다. 버스비는 내리면서 받는지 탈 때는 어서 타라고만 한다. 10여분만에 출발 ~

 

버스비를 걷으로 온다. 51원, 인당 17원이다. 얼마나 걸리느냐고 한국말로 물었더니 용케 알아듣고 1시간이라고 답한다. 9시 50분에 출발했으니 11시나 되어야 도착한다. 탕커우에서 다시 15분 정도를 가야 하니 12시가 다 되어 산에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4시 반 도착을 목표로 천천히 가자 ~

 

탕커우에 도착했다. 블로그에서 보던 교통중심센터가 아니다. 거참, 알 수가 없군. 제법 큰 도시다. 없는 게 없을 정도다. 25인승 미니버스의 탕커우 정류장에는 식당에서 나오신 아주머니가 열심히 황산 안내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한다. 우리는 먹을 것을 잔뜩 싸가지고 왔기에 그냥 간다고 했더니, 100미터 아래에 있는 황산 정류장을 가르쳐 준다. 그것도 마침 같이 타고 갔던 여학생이 통역을 해 주어서 알았다. 윈구스행과 자광각행 버스가 있는데 우리는 윈구스 행. 19원. 3일부터 9일까지 케이블카 정비를 하는데 가겠느냐고 묻는다. 걸어서 올라 가겠다고 했더니 알았단다.











 

버스는 편안한데, 꼬부랑 산길을 쉬엄쉬엄 오른다. 정상에 가까와질수록 더욱 끔찍한 낭떠러지 길을 오른다. 아래까지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는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단 한명. 20분 정도 지나니 커다란 주차장이 나오고 나무로 지어진 기다란 회랑이 우리를 반긴다. 휴일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이 회랑을 가득 채우고 불을 서서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모양이다.비수기라 150원의 입장료. 학생 할인을 받으려고 여권을 보여줬더니 98년생 까지만 할인이 된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몇 사람이 있다. 바로 앞 계단에 원숭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먹을 것은 가방 안에 집어 넣으라고 한다. 여학생들이 간식을 먹으며 내려오다가 원숭이의 습격으로 혼이 난 모양이다. 그 계단 앞에 도착했더니 혼비백산 도망치느라 머플러도 떨어뜨렸다. 그리미의 스틱 쇠소리가 무서웠던지 숲으로 달아나다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었더니 위협을 한다. 얼른 돌아서서 계단을 오른다. 먹을 것만 보이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만 보이지 않으면 대체로 평화롭게 지나갈 수 있다. 참, 웃기는 원숭이들을 자극하지 말고 지나가야 하다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오르고 올라도 계단은 계속된다. 그 계단이 그 계단인 모습인데, 중간중간 평지길이 있어서 호흡을 고를 수 있다. 케이블카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다. 노인을 얼마나 공경하는지 모든 입장이 무료다. 대신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이용할 때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따지앙뚱취' 큰 강은 동쪽으로 흐른다. 중국인들의 즐겁고 커다란 대화소리에 맞춰 사진을 찍을 때, 힘이 들때, 언제나 이 소리를 외치며 다녔다. 재미있고 힘이 난다.









 

5시가 다 되어 뻬이하이(北海 Běihǎi) 빈꽌(宾馆 bīnguǎn)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의 평이 여인숙 수준의 호텔이라 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겨울이 한가한 때라 보수공사를 하는지 페인트 냄새가 가득하다. 예약한 패밀리룸은 정말 깜찍한 모습이다. 깨끗하다. 도미토리가 400원, 스탠다드 더블이 1,280원이라고 한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올라오면 꼼짝없이 저 가격에 숙박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3인 패밀리룸이 670원이었으니 성공했다. 따뜻한 물이 잘 나와서 올라오면 흐른 땀을 시원하게 씨어냈다. 오늘 하루 동안 만 오천보에 234층을 올랐다는 애플의 운동량 보고가 있었다.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