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겨울 쑤저우 통리 여행] 평온하게 침대열차를 타고 아름다운 통리를 걷다_170106

너무나 정확하게 출발해서 놀랐다. 말로만 듣던 중국이 아닌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70분 정도 연착을 한다. 7시 10분. 날이 환하게 밝아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른 여행자들은 난징이나 샹하이에서 23시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오전 9시경에 도착하게 되어 바로 산행을 갈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가만히 일정을 짜 보니 기차역과 길 위에서 23시까지 피곤하게 돌아다닐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특성상 분명히 연착이나 지연출발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8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움직이기 좋은 시간대에 열차가 도착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예상대로 되어 기분이 좋다.


기차안이 아주 따뜻해서 양말을 신고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재작년 1월 방콕에서 수코타이로 올라가는 기차는 선풍기 바람 때문에 밤새 추위에 시달렸는데 말이다. 총 4개의 침대가 한 객실에 배당되는데, 맞은 편 아래 침대의 아저씨는 들어오시더니 인사를 나누고, 표 검사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어디까지 가는 지를 친절하게 묻고 들은 뒤에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뭔가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잠이 든다. 우리의 대화도 끊겼다. 철저히 혼자 생각하고 잠들어야 한다. 그의 안내 덕분에 깰 걱정 안하고 푹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코를 골지 않을까 걱정은 되었다.





한 시간 쯤 후에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시끄러운 목소리로 고래고래 통화하겠지 하는 예상을 깨고 조용히 소곤거린 뒤에 전화를 끊는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일기를 쓰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잠을 자기로 했다. 기차의 요동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니 쉽게 잠들지 못하다가 후욱 잠이 들었는데, 기차가 회전을 하면서 머리 쪽으로 피가 몰리니 잠이 깨 버린다. 그 순간 바깥에서 담배연기가 심하게 몰려든다. 14량 정도 되는 기차들의 문이 전부 하나로 연결되어 열려있고, 중간 중간에 개방된 흡연실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면 온 기차가 역한 담배 연기로 가득하다. 힘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겠지.


다행이 2층 침대까지는 냄새가 올라가지 않았는지 그리미와 우주신은 잘 잔다. 뒤척이다가 이불로 코를 완전히 가리니 담배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줄 알았으면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쓸 것을. 그것들은 얌전히 배낭에서 썩고 있다. 그런 순간에 깊이 잠들었다. 새벽 3시쯤 깨어나 화장실에 갔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화장실을 갔는데, '有人'과 '停用(사용이 금지된?)'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이 있다. 문앞에 '有人'이 있어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지를 않고, 노크를 해도 응답이 없다. 할 수 없이 24시간 대기 중인 역무원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반대쪽 끝에 세 개의 화장실이 더 있다고 한다. 헐. 10여 분간 헛고생을.




황산에서 쑤저우까지 오는 부드러운 침대의 가격은 231원(42,000원)이었다. 제법 비싼 가격이었지만 하루밤 숙박비를 벌고 푸욱 쉬면서 왔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딱딱한 침대의 가격은 이보더 훨씬 쌌었는데, 3층 침대의 불편함이 무리일 것같아서 이것으로 결정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통리 버스정류장에서 통리 마을 입구까지 운행하는 전기차는 1인당 5원인데, 이런 식으로 10원과 5원짜리 티켓으로 표를 발급해 준다. 3명분이란다. 굳이 전기차를 타지 않아도 될 거리인데, 엄청나게 걸어 다닐 것을 대비해 그냥 돈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상가를 구경하며 걸어간다. 우리도 돌아올 때는 걸었다. 다리가 아파서 또 전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2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기에 걸었다. 그것을 통하지 않는 말로 안내해 준 매표소 샤오지에(小姐 Xiaojie)의 밝은 웃음이 고맙다. 말이 통하면 차라도 한 잔 하련마는,,,,



통리 마을 입장권은 100원이다. 낙안읍성이나 성읍민속마을 등의 입장료는 이것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것이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깨끗이 청소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어 흥미진진한 마을로 가꿔나가며, 재개발을 제한받는 불편함이 있기에 입장료 수입을 분배받을 권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중국식 개발은 전부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장료 낸 만큼의 만족감은 얻고 간다. 하루 종일이라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일정 짧은 여행객의 사정이 문제이지 입장료가 비싼 것은 문제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우리같은 외국 관광객이 아니었다. 99% 현지인들이다. 18,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오는 중국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쑤저우역 버거킹에서 쉬면서 난징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일요일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 다닌다. 우리가 쑤저우를 떠나는 날도 일요일이다.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 놓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가 없다. 쑤저우는 오늘부터 이틀 동안 충분히 여행할 수 있으니 일요일 아침 10시 30분에 출발하는 고속열차로 샹하이 홍챠오로 가기로 했다. 먼저 Ctrip을 이용해 기차표를 예약한 뒤에 예약번호를 가지고 매표소로 갔다. 이곳은 난징동부역과는 또 다르다. 그래도 벌써 세 번째로 예약 기차표를 받는 것이어서 훨씬 안정감 있게 처리가 되었다. 인당 39.5콰이(7,000원) 정말 저렴하다.





80년대 우리의 기차처럼 기차길로 내버리는 방식의 화장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침대칸을 둘러보니 매우 평온하다. 더욱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6시 반에 그리미가 정차역의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밖을 내다 보았지만 아무런 표지판이 없다. 우주신이 애플지도로 검색을 하더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 정차했던 기차가 다시 달린다. 잠시 들었던 잠이 차장의 문여는 소리에 깬다. 기차표와 바꿔 주었던 카드를 회수하고 다시 기차표를 주면서 곧 도착하니 준비하라는 것을 알려준다. 참 훌륭한 아날로그 시스템이다. 그래서 객차 한 량에 한 사람의 승무원이 필요한 것이다.

 

넓은 쑤저우 역 대합실에 내렸더니 마음이 상쾌하다. 사람들의 물결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체크인을 하려면 347원을 내야 한다기에 거절했다. 몸상태가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만하다. 침대 기차는 편안했다. 버거킹은 우리가 첫 손님이다. 깨끗이 정돈된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 셋트를 먹는다. 인당 26원 합계 78원. 버거 하나에 커피 한 잔. 크림과 설탕까지 전부 투입해서 마시는 커피가 제법 맛있다. 기차가 생각보다 편해서 깊이 잘 잤다. 자꾸 깨기는 했지만. 쑤저우 기차역은 예상대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택시 기사들과 아주머니들이 관광하자고 달려든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약간 두려워서 얼른 버거킹으로 피했다. 우리가 거절을 하면서 한국인이고, 호텔로 간다고 하면 웃는 낯으로 격려를 해 준다. 호객 행위도 깔끔하게 정리된 모양이다. 기꺼이 웃으며 보내 드리오리이다.





들어가자마자 남들 다 한다는 과자 군것질도 해 봤다. 너무 달지도 적응 못할 냄새도 나지 않아서 좋았다. 날 것 그대로의 골목들도 살아 있고, 그래서 후줄근하기까지 하다. 비가 거의 그쳐서 상쾌했고, 사방이 물로 가득하지만 물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색깔과는 달리 물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가마우지들이 낚시를 할 정도이니 충분히 깨끗한 물일 것이다. 그러나, 물 색깔을 보면서 물고기 요리는 사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쑤저우 일정을 논의하다가 비도 내리고 체력도 괜찮으니 이곳에 짐을 맡기고 통리를 가기로 했다. 바로 앞이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라는 것도 이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인포메이션에 문의를 하니 짐 맡기는 곳이 버거킹 뒷쪽으로 있다. 두 개에 30원. 하루 종일이든 다섯 시간이든 같은 가격인 모양이다. 우리 말고도 꽤 많은 짐이 있었다. 


바퀴가 고장난 커다란 트렁크가 항상 문제다. 잘 끌리지 않고 무거우니 우주신이 무척 고생을 한다. 짐을 맡기고 나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이 불편한 가방을 끌고 들고 한 시간을 뛰다니,,,, 대단하다, 새삼.


요금이 17원인 시외버스는 1시간 동안 편안하게 갈 수 있을 정도로 안락하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그런 모양이다. 프랑스 사람들로 보이는 서양인들도 한 팀 탔다. 대부분은 중국사람들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교통 체증도 약간 있었지만 좌석이 편안해서 느긋한 기분이 들었다. 잘 도착했다. 입장료가 100원으로 너무 비싸다. 게다가 학생 할인도 98년생부터라며 거절한다. 흠. 빡빡하군. 전기차(인당 5원)로 1km 정도 되는 마을입구까지 갔다. 물과 다리, 가게와 집, 사람들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산으로도 충분히 막아지는 는개가 내린다. 안개가 살짝 낀듯한 마을길이 역시 좋다. 아주머니가 저어주는 나룻배를 타고 싶은데,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 실패했다. 가격도 모르겠다.





커텐을 활짝 열어 젖힌 방이 보이길래 뭔가 했더니 호텔처럼 꾸며놓은 예쁜 방이었다.









 

마을 안쪽에서 예쁜 서점을 발견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서점인데, 체인이 많은 모양이다. 예쁜 고양이 투각이 있는 엽서를 사서 윤영이와 효빈이에게 동화를 지어 보냈다. 나로서는 엄청난 아부인데,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언젠가는 중국의 쑤저우와 통리를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참을 앉아서 일기도 쓰고 휴식을 가졌다. 통리 마을 전체가 무료 와이파이가 되고, 꼭 봐야 하는 포인트를 입장권에 표기해 놓았다. 특히 정원은 잘 정리되어 있다. 입장료가 비싸다고는 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돌면 입장료의 가치 이상을 충분히 안겨주는 곳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중국 전체가 그렇다. 


예쁘게 꾸며놓은 침실과 숙소를 통채로 보여주면서 숙박을 하라고 하는 집도 있었다. 숙소를 모두 사전에 예약하는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생긴다. 꼭 한 번 자 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숙소를 찾느라 적어도 한 두 시간은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오랜 시간을 써서 미리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정말 여유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때는 반드시 이런 곳들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 보리라.























정말 여유있게 잘 돌아다녔다. 오후 3시가 다 되어서 통리 마을을 빠져 나왔다. 들어올 때부터 보았던 돼지 족발에 눈이 갔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추천한 음식이다. 완싼티(萬三蹄 Wan San Ti)다. 주인 아주머니께 아주 조금만 맛을 보게 해 달랐더니 흔쾌히 떼어내 준다. 둘이 나눠 먹었다. 첫 맛은 돼지족발 맛이 틀림없는데, 뒤에 남는 향 때문에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 세 점 정도까지는 밥과 함께 먹으면 괜찮을 듯 싶었다. 우리가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짓자 괜찮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준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상가 건물로 돌아나오다가 손으로 뽑은 면이 맛이 있다는 집을 발견했다. 매우 열심히 손님을 끌어 들이는 순박한 아주머니의 부름에 이끌려 그곳으로 들어갔다. 면도 시키고 밥도 시키고. 그리고 열심히 먹은 다음에 시간을 보니 4시다.


통리 여행기를 쓴 블로거가 4시 경에 버스표를 예매해 두고 잊고 있다가 택시를 타고 달려 갔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이 기억이 난다. 혹시 그 차가 막차는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언제나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충 기억해 두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다. 통리 버스터미널에 내렸을 때 바로 앞에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사진을 찍어 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리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일단 최대한 빨리 걷기로 했다. 그리미의 걸음이 엄청나게 빨라지기 시작한다. 방금 전에 먹은 생선국수와 고기국수가 배속에 그득한데. 놓치면 택시 타자, 현금은 충분하니까. 그래, 그래. 그러면서도 속도는 줄지 않는다.


버스는 늦게까지 다니고(아, 안심하는 바람에 또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우리는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검표원 아가씨가 험상 궂은 얼굴을 하고 큰 소리로 사람을 불러댄다. 오, 무서워. 잘못한 것 없는 우리까지 이렇게 불안해지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고, 부처님같은 아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알겠다. 꼭 껴안아 주었다. 엄청 좋아한다.








요상한 메일이 날라왔다. 쑤저우 무두 아파트의 주인장으로부터 엄청난 메시지가 중국어로 들어와 있다. 방에 대한 설명, 출입문 비밀번호, 카드키의 위치, 와이파이 비밀번호, 숙소 난방 요령 등등. 그런데, 당연히 그러려니 해서 어떤 답변도 보내지 않았는데, 5시경에 이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다. 또 마음이 급해진다.


일단 연락해 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로밍폰을 쓰면 국제전화 요금이 부과된다고 해서 거의 쓰지 않았었다. 주인장과는 연락이 되었고, 늦게 들어와도 된다고 한다. 다만 자기가 현재 샹하이에 있기 때문에 직접 안내를 할 수 없으니 보내 준 메시지에 따라 들어가라고 한다.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는 게 좋다고 한다.




물 색깔을 보고도 생선국수를 시켜 먹었다. 튼튼한 내 장을 믿어 보기로 했다. 바싹 튀겨진 가자미 같은 생선은 비린 내도 나지 않고 바삭한 과자 같다. 육수는 생선국수나 고기국수나 같은 맛이다. 쌀밥 한 그릇을 시켜서 국물에 말아 잘 먹었다. 면발은 아무 것도 첨가되지 않은 듯한 풋풋한 밀맛이다. 치대고 치대어 쫄깃함을 강조하는 우리 입맛과는 다른다. 양이 많아서 한끼 식사로 넘친다. 부천역 시장통의 2,000원 잔치국수와 비교하면, 면맛은 떨어지지만 국물맛은 진하고 가격도 약간 비싸다. 오, 잔치국수가 그립도다.


서울의 식구들이 먹는 게 너무 부실한게 아니냐고 걱정을 하신다. 그러나, 전체 일정 13일중 7일을 4, 5성급 호텔의 조식부페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움직였기 때문에 중국 음식은 충분하게 먹었다. 외국인을 거의배려하지 않지만,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순화시킨 중국음식이어서 더욱 좋았다. 1박(3인)에 8만원 정도(6만원에서 제일 비싼 황산 바이윈 호텔의 16만원까지)면 한국에서 아침도 주지 않는 관광호텔 보다도 훨씬 싼 가격이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태국 보다도 저렴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킹닷컴에서 제시된 위치와 애플지도로 입력한 주소의 위치가 서로 달랐다. 이 숙소를 예약할 때 장점 중의 하나가 전철역에서 가깝다는 것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아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더니 애플 지도가 맞단다. 저런, 그렇다면 대중교통으로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 이번 기회에 돈 한 번 쓰자. 겨우 52콰이(9,300원)다.


쑤저우 기차역은 장거리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고, 기차역 택시 정류장도 지하에 잘 만들어져 있다. 얼마나 크게 만들었는지 입구 근처에 다 가서야 비로소 택시 정류장인지 알 수가 있었다. 표지판은 잘 되어 있다. 관리원이 절대로 새치기를 할 수 없도록 탑승인원과 짐가방을 고려해서 택시를 배정해 주고 있다. 새치기를 하려는 사람은 즉시 내쳐진다. 끽소리도 못하고 쫓겨난다. 택시들도.


기사 아저씨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는데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 고지아, 고지아'

'음, 고지아?? 아, 고가도로!, 하오더, 하오더'


엄청나게 밀린다. 시내는. 기차역 근방에서 고가도로를 올라탔더니 정말 하나도 밀리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고지아(高架公路 gāojià gōnglù)를 연발할 때는, 혹시 이분이 장애인인데 정부의 배려로 택시 운전을 부업으로 하시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론은 매우 친절하고 유쾌한 분이었다. 미안합니다. 아파트의 이름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내려 주셨다. 쏟아지는 비속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숙소는 꽤 멀어 거의 30분 가까이 고가도로만을 달려서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내려 놓는다. 뚱먼지(东门町 Dong Men Ji). 카드가 없으면 입장이 안되는 주상복합 아파트. 흠, 다시 세 번째 통화로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인 11층에 도착한다.


출입문 비밀번호가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다시 4, 5번째 통화를 하고서야 비로소 입실. 참 깨끗하고 예쁘다. 항저우의 아파트가 1인용 오피스텔 큰 방이었다면 이곳은 제대로 된 살림집이다. 1층은 거실과 화장실, 부엌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두 개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다. 침실에는 45인치 스마트 TV가 각각 마련되어 있다. 우주신이 오랜만에 독방을 쓰게 되어 신이 났다. 아, 그런데. 황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다리로는 아래 위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숙박비 결제 문제로 다시 한 번 통화를 하고 짐을 풀었다.


비가 많이 내리니 외식을 하지 않고, 남아있는 오뚜기 밥과 라면을 중심으로 식사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리미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에 먹을 만한 고량주와 안주거리가 있는지 쇼핑을 다녀 오기로 했다. 한국 식당도 있어서 밥 먹는데 문제는 없겠다. 중국 식당에 들어가 돼지고기 볶음과 쇠고기 볶음 미판 2개를 포장해 달라고 부탁하고, 옆에 있는 야채가게로 가서, 귤과 야채, 계란을 사들고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60원에 고량주도 샀다. 맛이 괜찮았다. 귀국할 때 고량주는 이것을 사 가기로 했다. 별 세개. 


기름기 줄줄 흐르는 고기 반찬과 한국의 밥, 일본 미소 된장국, 중국의 신선한 채소로 한 상 거하게 차려서 배 터지도록 먹었다. 황산에서 가져 온 물에 젖은 빨래들도 깨끗이 처리했다. 만세. 뽀송뽀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