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필요없어요'
저항, 반감, 좌절인지 모를 이 말. 이 말을 뱉어내는 사람도 암담하겠지만 듣는 사람도 이유없이 공격을 받는 것같아 암담하다. 그런데, 평행우주를 읽고 있는 지금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리 설명을 읽어봐도 모르겠다'
'우주의 기원을 11차원으로 설명하면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유용한 지식인가'
어느새 300쪽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더디고 답답하기만 하다.
"언젠가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 해도 어린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다행이도 끈이론의 내용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주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중략) 초고성능 현미경이 개발되어 이 기구로 전자를 비롯한 소립자들을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string이라는 것이다(이 끈의 길이는 10-33cm, 즉 양성자 크기의 10억x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모든 입자들을 점으로 간주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이 끈을 퉁긴다면 진동패턴이 달라지면서 입자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다. (중략) 모든 입자들은 동일한 끈이 다양한 패턴으로 진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중략) 끈은 얼마나 다양하게 진동할 수 있을까?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물리학의 법칙이다. 끈은 분리되거나 합쳐질 수 있다. (중략) 끈의 최저 진동상태, 즉 질량=0이고 스핀=2에 해당하는 입자는 중력의 매개입자인 중력자로 해석함으로써, 이론물리학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력의 양자화'를 실현한 것이다." (314~5쪽)
서문에서 제기된 시공간의 모든 물질은 실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논리가 이곳에서 전개된다. 앞부분에서 무엇이 전개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도 역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익숙하게 외워지기를 기대하면서 읽어본다.
"홀로그램의 기본적인 원리는 3차원 영상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2차원 평면에 담는 것이다(이것은 레이저를 물체에 쪼인 후 그로부터 반사된 레이저를 예민한 필름에 새김으로써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반사되어 필름의 한 지점에 도달한 레이저는 위상이 다르기 때문에 간섭을 일으키게 되는데, 모든 지점에 대해 간섭무늬를 기록해놓으면 3차원 영상을 2차원 평면(필름)에 담을 수 있다). 일부 우주론학자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도 거대한 홀로그램이라는 추론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보고 있는 영상 자체가 하나의 홀로그램이라는 것이다." (364쪽)
알듯 모를듯한 모르는 논리는 끝없이 서술되는데 묘한 재미가 있다. 과거 지식의 편린들이 꿰맞춰지는 듯한 느낌이다. 결코 퍼즐이 맞춰진 것은 아니고, 맞춰지는 듯한 느낌일 뿐이다. 그것도 공부다.
"19세기에 마이클 패러데이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후로, 모든 물리학은 장이론에 기초하여 확고한 체계를 구축해왔다. 장이란 매끄럽고 연속적인 물리적 객체로서 전기력과 자기력, 그리고 중력 등의 크기를 나타내며 시공간의 각 지점마다 고유한 값을 갖고 있다. (중략, 베켄슈타인은) "궁극의 이론은 물리적 과정을 장이나 시공간이 아닌 '정보의 교환'으로 설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우주를 디지털화해 0과 1의 조합으로 축약시킬 수 있다면, 전체 정보의 양은 얼마나 될까? 베켄슈타인의 계산에 의하면, 직경 1cm짜리 블랙홀은 약 1066비트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우주전체의 정보는 무려 10100비트에 달한다(이론적으로 이 정도의 정보는 직경이 0.1광년인 구sphere 안에 모두 담을 수 있다. 10100은 1다음에 0이 100개나 붙어 있는 가공할 수로서, 흔히 '구글google'이라고 한다)."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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