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로운 아침이다. 오후 1시에 찰벼를 정미하기로 약속되어 있어서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제 오후에 벼를 말리느라 널려있던 그물과 비닐들을 걷어서 차곡차곡 개켜 두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들게 잘했다. 들기름 듬뿍 들어간 배추김치에 어제 먹다 남긴 통닭을 반찬으로 해서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인 대통령의 국회의장 방문 뉴스를 듣는다.
모든 언론이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 대표모임에서는 내치와 외치의 모든 권한을 내려 놓으라는 요구를 대통령에게 했으나, 새로 구성된 야무진 참모진들이 격려를 했는지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시민들이 뽑은 대통령이니 탄핵되기 전에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지 못한 시민들의 책임이 막중하고, 시민들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순리이자 책임이다. 미국도 동맹국인 한국을 본받아 멋지게 개같은 인물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떡하니 뽑아 놓았다. 미국의 앞날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평화 수호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열시쯤 나가서 마음이에 찰벼가마 32개를 옮겨 실었다. 30kg이 넘는 벼가마를 옮기자니 땀이 흘렀지만 이제 거의 마지막이다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일죽 화곡리의 신흥정미소로 갔다. 어머니도 함께. 비보가 날아왔다. 벼가 덜 말랐다고 한다. 허, 이런 일이 있나. 괴로운 마음을 얼른 추스리고 재빨리 농원으로 돌아와서 잘 개켜 두었던 그물을 펴고 차근차근 다시 벼를 널어 두었다. 내일 오후에 온다는 비에 대비해 비닐도 꺼내 놓았다. 쉬운 일이 없다는 아쉬운 한숨이 계속 나온다. 그래도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 농사가 망친 것도 아니고, 먹지 못할 것도 아닌 일이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박근혜 게이트는 되돌릴 수도 없으며 피해를 본 시민들은 보상받지도 못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정치는 불가역적이어서 모든 손실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야당과 시민들의 거센 퇴진운동이 오랜 기간 계속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박근혜 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에는 탄핵으로 이어지고, 야당 주도의 거국중립내각 -> 개헌 -> 정계 개편 ->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7공화국으로 가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차분하게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정권에서 더 큰 힘을 가지려는 검찰이 시민들의 편인양 크게 한 건 터뜨릴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다. 국정원은? 모르겠다.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으니 대통령에 붙어서 뭔가를 하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밝아서다. 북한? 대통령에 유리한 행동을 취하기는 할 것이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핵개발과 장거리 유도체를 빨리 만들지 않으면 트럼프에게 박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6개월은 시민들의 고난기간이 될 것이고, 그 후의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부디 평화롭고 살기좋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은 큰 손해지만, 벼 말리기에 실패한 농부는 다이어트 운동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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