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나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일은 상쾌하다. 35km의 짧은 거리지만 한 주의 시작을 멋진 여행으로 시작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논으로 갔다. 남들은 한홉도 되지 않는 것이니 그냥 두라고 하는데, 저렇게 지저분하게 바닥에 방치하는 것도 안되는 일이고, 이렇게 거둬들이면 정말 한 홉이라도 더 수확할 수 있다. 비록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닐지라도 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니 힘들고 짜증이 나더라도 해야겠다. 그럭저럭 이틀 정도만 더 하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같다. 헛된 일이지만 헛되지 않게 할 것이다. It is very tedious work, but I can make it valuable.
두 시간 가량 작업을 하고 돌아왔는데도 두 분이 돌아오지 않으셨다. 산소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지 뒷밭에도 계시지 않는다. 어두워졌으니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장구를 두들기고 있는데, 해가 지고 30분도 더 지나서 돌아오셨다. 허참.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천막 위에 베어둔 들깨가 젖을까봐 전부 털어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두 분의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는 바람에 일손을 보태드리지 못해 안타까웠다. 두 분은 들깨 두 자루를 해 가지고 오셨는데, 겨우 쌀 한 됫박 작업하고 돌아온 것이 우습기도 하다.
읍내에서 식당을 하시는 강씨 아저씨가 반장과 함께 벼를 벤다. 야무지고 부지런하게 일을 해 놓으셔서 벼베기는 수월하게 끝나는 모양이다. 예년같으면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청명한 날씨일텐데, 올해는 10월에 비도 계속 내리고, 고라니와 너구리들이 사방으로 달려다니며 수확할 벼들을 망치고 있어서 농부들의 힘을 빼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농사일이 끝나가는 것을 기뻐할 뿐이다.
주말에 쉬지 않고 연습을 한 덕분에 장구반의 가락은 거의 틀리지 않고 칠 수 있었는데, 경진대회에 나갈 풍물굿이 암기가 되지 않아 계속 실수를 한다. 이틀 동안 더 연습을 해서 기왕이면 거의 틀리지 않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상쇠에 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연속 동작을 떠올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집중하면 간단하게 외울 수 있는 것이다.
'사는이야기 >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벗과 같은 가족과 놀다가 들깨를 토닥이다_161102, 수 (0) | 2016.11.03 |
---|---|
얼떨결에 벼베기를 하다_161101, 화 (0) | 2016.11.01 |
마음 수양을 하다_161019, 수 (0) | 2016.10.19 |
빈들이 늘어나고 있다_161018, 화 (0) | 2016.10.18 |
왠 녀석이 뒹굴었느냐_161012, 수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