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진딧물약과 벌레약을 사다_160906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약방에 가서 배추밭에 뿌릴 농약을 두병 사왔다. 24,400원.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배추를 기르기 위해 흰색 부직포를 사서 힘들게 작업을 했는데, 뜨거운 열기에 배추들이 죽어 버리는 바람에 다시 배추를 심고 부직포를 열었다. 그랬더니 심은 지 일주일만에 벌써 벌레들이 달라들어 배추잎에 구멍이 생긴다. 그대로 놔두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다. 수천께서는 일단 한 두 번 농약을 쳐서 배추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 부직포를 덮어서 더 이상 병충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예년 같으면 말다툼이 일어나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내가 참아냄으로써 조용히 지나간다. 두 분이 농사를 지으시는 한 내 주장은 펴되 되도록 부딪히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중에 내가 직접 농사 지을 때는 한 방울의 농약도 쓰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 불과 200포기나 될까. 농약은 한 숟가락만을 쓴다.


농약방을 운영하는 분은 나와 동갑이다. 쉬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산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신다고 한다. 산속에서 발견하는 자연상태의 약초들이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분이 농약방을 운영하시는 것이 신기하다. 삶과 직업의 완전한 분리라고나 해야 할까. 내 몸에 좋은 것은 자연상태의 그것들이지만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생산하는 것은 깨끗하게 많이 생산해야 하니까 농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귀농을 해서 버는 것 없이 사는 나를 걱정해 준다. 흠, 정말 고마운 일이다. 걱정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마을 논의 피사리를 한 모양이다. 그렇게 제초제를 뿌렸어도 물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잡초들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는 언제나 참여하려고 했는데, 오늘처럼 일정이 겹쳐지면 어쩔 수가 없다.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