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다이어트에 실패하다_160825

몸무게는 71kg 내외로 69kg 내외까지 다이어트를 하는데 실패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렁이들이 논의 제초를 잘 해 주어서 논풀매기를 열흘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밭의 풀들도 거의 자라지를 않아서 풀매는 일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다이어트는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겨울 너무 잘 먹고 잘 쉰 것이 후회가 된다. 날이 너무 더워서 저녁마다 시원한 곡주를 마시며 몸을 쉬어야 했으니 술배가 나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허약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배추 심을 이랑에 붕소를 뿌리고 비닐을 씌웠다. 관리기를 이용해서 비닐을 씌우는 작업은 이제 매우 익숙해서 큰 어려움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배추밭에 나비와 나방, 달팽이가 침입하지 않도록 흰 부직포 치는 작업을 했다. 어려움이 많았다. 2미터가 넘는 활대를 꽂고 그것을 지지대 삼아 부직포 동굴을 만드는데, 활대 길이가 너무 긴 바람에 부직포를 땅에 묻을 수가 없었다. 철근을 땅바닥에 깊이 때려박아서 활대를 더욱 깊게 집어 넣으려고 했더니 너무 힘이 들었다. 땡볕을 피해 점심을 먹으며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았더니 활대를 수평이 아니라 비스듬히 꽂으면 폭을 줄일 수 있었다. 단순한 방법인데도 처음에는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이렇게 엉뚱한 힘을 쏟게 된다.


오후 4시가 되어 활대 사선으로 박기 작업을 했다. 부직포를 흙으로 고정할 수 있는 폭이 나온 것은 좋았는데, 부직포 동굴의 확보된 공간이 너무 낮아져서 배추가 크게 되면 부직포가 방해가 되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같다. 원래 짧은 길이로 한 이랑씩 부직포 동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을 두 개의 이랑을 한 번에 처리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배추가 자라면서 어떤 현상이 발생되는지를 확인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겠다. 간밤에 내린 소나기로 배추 모종들은 잘 뿌리를 내릴 것이고, 흰 부직포가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것이므로 타 죽지도 않을 것이다. 약을 칠 필요도 없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달팽이와 배추 애벌레를 잡으러 다닐 필요도 없게 된다면 좋겠다. 농사 기술이 늘어날수록 농업 노동의 고통에서는 해방될 수 있으니, 꽹과리 두들기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괴테는 내 몸으로 내 삽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면 8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요즘은 약이 좋아져서 농사 안 짓고도 팔십까지 충분하게 살 수 있다.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기계를 잘 이용한 덜 힘든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이다.


목요일 오전에는 처서도 지났고 해서 논둑의 풀을 베기로 했다. 매일 한 두군데씩 터지고 있는 논둑을 보수하는 작업도 풀을 베어내고 나면 훨씬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금년에 큰 비가 없어서 다행이었지 예년과 같았으면 논둑이 두 세 번은 터졌을 것으로 보인다. 드렁허리, 땅강아지, 개미 등등 온갖 벌레들이 자유롭게 깨끗한 논둑에서 구멍을 파고 살고 있어서 8월 한 달 내내 물구멍을 떼우는 작업을 해야 했다. 풀메기 작업이 없어서 여유있게 구멍 메우기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늦게 물구멍을 발견하더라도 여름 가뭄으로 큰 물이 들지 않아 논둑이 터지지 않은 것은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아낌없이 새 예초기 날을 끼웠더니 작업 효율이 좋았다. 두 어 개 더 여유있게 사두고 쓰자.


성묘를 마치고 왔더니 흰 부직포 속에 잘 심어 두었던 배추 모종이 전멸했다고 한다. 음, 원인은 공기 부족과 뜨거운 태양열 때문이 아닐까. 배추를 심고 나서 밤에 비도 적당히 내리고, 심으면서 물도 충분히 주었으니 물부족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행착오 없는 성공이라는 것은 없나 보다.


When you tell them about a new friend, they never ask questions about what really matters. (skip) "How much money does they father make?" only then do they think they know him. - from 'The little prince'

* only then : 그때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