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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오랜만에 비가 내리다_160831_C 299

비가 올듯 말듯하던 어제 저녁을 지나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이 오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11시도 되기 전에 시름시름 졸음이 밀려와서 '걱정말아요 그대'를 연습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천재가 제대하는 날이 이제 300일도 남지 않았다. 벌써 1년이 흘러가다니. 논산과 화성을 왔다갔다 하던 시절이 어제처럼 느껴지는데 말이다.


기대를 갖고 덮었던 배추밭의 흰 부직포는 결국 모종을 모두 죽여버렸다. 부직포가 시원한 바람과 생명수의 공급을 차단하는 바람에 어린 새싹이 말라 죽었던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장날을 맞이해서 수천께서 택시를 타고 나가셔서 배추 모종 한 판(8천원)을 새로 사오셨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 군에서 택시비를 버스비처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참 편리하다. 동네 할머니들이 장날이나 휴일, 월, 수, 금요일에 함께 택시를 불러타고 읍내로 나가서 각자 볼 일들을 보시고, 함께 모여 외식도 하고 돌아오시니 보기에 좋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모종을 다시 심고, 부직포는 옆으로 제껴 두었다가 모종이 자리잡고 비료도 한 번 주고 난 다음에 부직포를 덮기로 했다. 음성에 다녀오는 길에 예초기 날 두 개를 새로 사왔다. 일제 7천원, 국산 3천원. 합계 만원.


예초기를 들고 논둑으로 갔다. 어제도 세 군데 이상의 논둑을 보수해서 논둑에는 별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 풀을 베어두면 벼수확 직전에 다시 한 번 베어야 해서 올해는 총 네 번 풀을 베었다. 올해처럼 가물지 않고 풀이 왕성하게 자라게 되면 처서 전에 한 번 더 풀을 베어야 하니까 총 다섯 번을 베어야 한다. 잘 드는 예초기 날을 이용해도 사흘 정도는 베어야 하니 1년에 15일 내외를 논둑 풀 베는 일을 해야 한다. 풀 베는 일 사이에 새로운 꽹과리 길들이는 작업을 했다. 악기가 묵직해서 작은 움직임에는 흔들림이 적어 정확하게 치는 것이 좋다. 울리는 부분이 좀 두꺼워서 맑게 울리는 소리가 짧은 것은 길을 좀 내야 할 부분이다. 칠채 밀어치기가 편안하게 잘 되는 것도 장점이다. 한참을 치고 나니 어깨가 편안해져서 다시 예초기를 메고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논둑을 베었다. 그래도 반나절 일거리가 남았고, 산소밭의 벌초도 해야 하니 하루는 더 예초기를 메어야 한다.


다 쓰고 났더니 구름 사이로 언뜻  햇살이 비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