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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반나절만에 이틀 일을 끝내다_160721

날을 교체한 효과는 대단했다. 예초기가 지나가는 곳의 풀들이 휙휙 넘어간다. 날의 회전반경도 두 배로 커졌다. 다섯 번은 지나가야 베어졌던 긴 풀들이 한 번에 날아가 버린다. 이틀 동안 열이 나게 했던 일이 우습게 느껴졌다. 예초기를 멘 지가 어언 다섯 해인데도 아직까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직하게 효율 낮은 일을 했다는 것이 부끄럽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기분좋게 저녁 일을 끝냈다. 모기도 뜯기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고 희미한 석양만이 남았다. 태초에 우주에 생성되듯이 옅은 빛이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다. 석양은 태초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대야리 연꽃방죽에서 열시 반부터 공연이라 새벽부터 일어나서 비료를 뿌려야 한다.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는 시기라 많은 거름이 필요하다. 300평당 15kg 정도가 적당량이라고 하는데, 1,400평에 100kg이니까 다소 많은 양이다. 손으로 뿌리다 보니 여기 저기 손실이 날 것을 고려하면 적당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논의 벼들에 비해 우리 벼들의 색이 푸른빛이 덜하다. 거름기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들 기계로 거름을 뿌리는데, 우리만 손으로 뿌린다. 20kg 한 포대를 뿌리는데 30분이 걸리니까 5포대를 다 뿌리는데는 쉬는 시간 포함해서 3시간이면 된다. 수천께서 도와 주셔서 두 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구석구석 잘 뿌려졌는지 자신은 없지만 눈으로 보면서 벼의 기세가 약한 곳에 좀 더 많이 뿌릴 수 있었다. 6시에 일어나서 8시에 일을 끝냈으니 성공이다. 커피 한 잔과 떡 두 조각이 2시간 노동의 든든한 뱃심이 되어 주었다.


9시까지는 샤워실 주변을 청소했다. 지난 시간 동안 가득 번성했던 이끼를 제거하고 뽑아 놓았던 풀들도 밭둑에 던져 버렸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깨끗한 샤워실에서 몸을 씻으니 한결 기분이 개운하다. 역시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주변 정리가 가능하다. 작업복까지 세탁기에 돌리고 나서 아침으로 떡국을 먹었다. 오늘도 긴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