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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발칸 크로아티아 여행

샌디스크의 메모리 불량과 독박 쓰기

여행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메모리를 하나 구입했다. 샌드 디스크의 32기가(아마도. 시간이 지나 잊어버렸다). 이것 한 장이면 여행 내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겠다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빈을 거쳐 보스니아, 두브로브니크까지 여행의 핵심 스케줄이 완성되는 두 주 동안 잘 작동이 되던 메모리가 갑자가 에러메시지가 뜨면서 모든 사진이 날라가 버렸다. 깜짝 놀라서 어떤 작업도 하지 않고 고장난 메모리를 소중히 보관한 뒤에 예비로 가져온 메모리로 교체했다. 교체한 메모리에 사진은 이상없이 촬영되었다. 카메라의 이상은 아니었다.


귀국해서 구입한 이마트에 가서 문의했더니 복구가 안되니 본사로 보내서 확인을 해 보겠단다.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카메라와 메모리가 맞지 않아서 모든 데이터가 날라 갔다고 한다. 보상을 요구했다.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고장인지라 보상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출고할 때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고, 초기에 촬영이 되었으므로 메모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리카드는 소모성 부품이라 고장이 나도 제조사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한다. 친절하게 조언하기를 메모리카드를 사용할 때는 언제나 백업을 해야 한단다. 헛,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 주다니.


판매처인 이마트와 제조사인 샌디스크와 수차례에 걸천 협상이 있었지만 메모리 스틱과 메모리 카드를 보상으로 하나씩 주는 것 말고는 2천여 장에 달하는 사진 기록에 대한 어떤 보상도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보상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생각할 수록 내 가슴만 아픈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냥 잊기로 했다.


대단한 여행을 했으나 정성들여 촬영한 사진들은 기억이 흐려지면서 함께 사라졌다. 잘 가라. 꼭 다시 간다. 앞으로 샌디스크 메모리는 구입하지 않는다. 이마트도 이용하지 않는다. 쉽지 않겠지.


보상을 거부한 점은 자해행위라서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옛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업체들의 배짱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너무 허접한 보상은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 소비자를 거지 사촌 정도로 아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