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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긴 안목이 없다면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_20대 총선 관전기_160415, C 399

민심이 무섭다라는 총선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회적인 모습일 뿐이다. 제3당의 출현에 따른 단순한 기대심리의 발현이기도 하고, 기존 여야 지지층의 일부 탈락과 불통의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상황이 복합된 결과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다. 현 집권 세력인 새누리당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인 것인데, 유독 이번 선거에서만 심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최광웅 씨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야권분열은 필패의 카드가 아니라 야권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가 그러할 뿐 바뀌어진 정치지형으로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민심이 요구하는 주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다. 몇몇 새로운 직업 정치가들만 양산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왜 그런지 보자.


첫째로 경제살리기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과 일하는 사람들의 안정된 생활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야권 중심의 국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할 수 있을 뿐이지 새로운 정책은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미 확정된 최저임금을 다시 다룰 수도 없는 것이고, 기업 소유자들의 입장에서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 국면을 이용한 여당의 대폭 양보도 기대할 수 없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권력이 필요했던 정치가들이기에, 돈을 지향하는 정치인들로서는 없이 사는 사람들을 정치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경제와 관련 없는 테러방지법을 만지작거리다가 혼돈의 정치세계로 빠져들게 될 위험성이 매우 농후하다.


비정규직의 폐지는 기업 안정과 장기적인 내수 시장의 확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돈이 돌면서 내수 경제를 성장시키는 쪽으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법적으로 비정규직의 폐지는 가능하지만 이 정책도 장기 효과를 기대하며 도입되는 것이므로 당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저비용 구조로 영업 전략을 잡아놓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태라면 현재의 기업내 인력도 생존이 어려운 국면이기에, 비정규직의 폐지가 오히려 노동시장을 좁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수 인력의 확대를 통한 사업 성장이라는 추가적인 모험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로 단기가 아닌 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비활성적인 인프라 투자와 임시직 일자리 만들기에 투자되었던 자금들이 이윤율이 높은 고부가 산업에 투자되거나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복지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투자는 단기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행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런 고민들을 하고 시행이 되었어야 현 정부에서 과실을 거둘 수 있었을텐데,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으니 기대 난망이다. 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에 대해 세금 인상 등 강력한 투자 유도책은 생각하지 않고, 기업이 부자가 되면 모두가 부자가 될 것이라고 믿은 것은 너무 안이하다.


셋째로, 국민의 당이 보여줄 것은 없다. 보여줄 것이 있었다면 진작에 보여주었을 것이다. 인물도 그렇고, 지역도 그렇다. 안철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과거의 모습에서 2030의 표심을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젊은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효한 정책 도구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비정규직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실현하여 젊은층이 원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현정부와 국민의 당이 연합하게 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레임덕이나 퇴임 후를 걱정하지 않는 현 정부의 수장들에게는 그런 관용을 베풀 이유가 없다고 본다.


넷째로, 대다수 정치인들도 샐러리맨 그 이상일 수는 없다.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의원 신분으로 해결해야 하고, 4년 마다 직장에서 쫓겨 날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니 국가의 미래를 걱정할 틈이 없다. 그들의 정책과 언행을 일일이 평가해서 재신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의해 재신임이 결정되는 구조는, 유능한 정치인을 만들기 어렵다. 지역구에서 열심히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성공한다고 하는데, 이 과정은 정책의 수립이라기 보다는 소통의 노력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좋은 정책에서 탄생하는데, 친화력과 성실성으로만 무장한 샐러리맨들이 정치를 하게 된다면 어디에서 좋은 정책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한 예만 들어보자. 김두관 의원이 경남 도지사를 차 버리고 대권에 도전하면서 모병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십 년 정도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한국사회의 노쇠화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동력을 찾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정책들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십만이 넘는 젊은이들을 휴전선 주변에 깔아 놓지 않아도 무기와 외교와 경제력으로 국토 방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샐러리 정치인들이 그것을 실천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느냐 마느냐로 정책 토론의 중심이 후퇴해 버려서는 한국 정치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뭐 결국 안된다는 이야기로 총선 관전기를 길게 채웠다. 정책 아이디어와 집행력이 없는 현재의 총선 결과는 2018년 이후의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초석은 놓아졌지만 답답한 현재에서 얻을 것은 없는 정치 지형이다. 오늘의 지형을 만든 사람들이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정확하게 알고 대응한다면 2020년 이후 한국의 미래는 밝을 수 있다. 그런 긴 안목을 유지하지 못하는 민심은 사실 무서울 것이 없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