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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오, 싸아드(THAAD)가 오시는가_160708

Oh, THAAD is coming!


방학을 맞아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는 우주신과 함께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대화는 극히 부진하다. 음성에서부터 부천까지 이어지는 일주일간의 여정 동안에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나눈 대화는 없다. 그런데, 지은 지 100시간이 넘은 밥으로 소세지와 양파, 계란으로 정성들여 볶음밥을 준비해  온 우주신과 오랜만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제목은 '싸아드가 배치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2주 전부터 음성 읍내에 휘날리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아들은 먼저 싸아드 배치의 유용성에 대해서 묻는다. 누구를 위한 싸아드 배치인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그런데, 연합 뉴스 기사에서는 수혜대상국이 다르다. 미국이 빠져 있고, 그 자리에 대한민국이 들어있다. 이렇게 표현한다. 이렇게 표현되면 싸아드 설치 비용도 우리가 상당 부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두 배로 는다.


"양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양국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밴달 참모장은 '오늘의 (사드배치) 결정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미동맹의 군사력과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 지금, 한미동맹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라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동맹의 방어적 전략의 중요한 요소인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7/8 기사 중에서)


싸아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한미 양국의 정책결정권자(박근혜와 오바마)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바마야 사해평등주의자가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이므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일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싸아드 배치를 찬성하는 논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 싸아드가 배치되는 순간 이제 미국 본토의 안전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직결된다. 싸아드의 한국 배치는, 적들로부터 예상되는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단이 미국에 추가로 생긴 것이다. 게다가 싸아드가 배치된 지역으로 적들의 1차 타격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미국 본토는 그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제 미국의 준영토가 되었다. 영토가 되었든 준영토가 되었든, 미국으로서는 철저하게 보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비록 마지막 순간에 버려지는 1순위가 될지라도. 싸아드 배치를 찬성하는 대한민국 국민들로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준영토가 됨으로써 국가 안보 수준이 대폭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같은 수준 낮은 정치인들이 미군 철수를 비롯한 온갖 협박을 해도, 싸아드 설치 이후로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 대한 군사행동은 미국에 대한 군사행동으로 간주되어짐으로써 누구도 함부로 우리나라를 건드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무장을 비롯한 고강도 군비 증강에 대해 대응방법이 없어서 무력했던 대한민국이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것이다. 7월 11일 현재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적극 지원하면서 20세기 아시아 전략의 재판인 미일 동맹(까스라테프트 밀약을 뒤이은 미일 협약)에 한국을 얹어서 중국, 북한, 러시아에 대응하는 21세기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형성으로 아태지역에서의 군사력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일본은 미국의 지원과 협조로 한반도를 폭력으로 지배하였다. 지금 일본도 매우 행복한 상황이다. 소원했던 군사력을 대폭 키우면서 일본 방어에 큰 도움이 될 싸아드의 배치가 다른 나라에 실현됨으로써 외교활동의 부담 없이 공수 역량을 모두 확보한 매우 기분좋은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일본 영토 어디에라도 자비를 들여서 싸아드를 배치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일이야 어떻든, 미국과 일본의 지지와 후원에 고무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대한민국도 두 강대국의 군사지원으로 다리 쭈욱 뻗고 잘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셋째, 방어 무기 체계는 다다익선이다. 패트리어트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완벽한 방어수단일 수 없다는 것을 안보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싸아드가 비록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고, 미국의 통제권 아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운용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 유사시에 언제든지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지와 기반시설 제공이라는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배치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이 미국 본토와 유사한 수준의 중요성을 지닌 지역으로 올라섰으니 한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미군 철수나 북한 또는 제3의 적들의 무력 침공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싸아드 배치의 기대 효과를, 대한민국의 안전과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한미 동맹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점으로 부각시키게 되면 수조원이 넘는 배치 비용의 상당부분을 한국 정부와 대한민국의 시민들에게 떠 넘길 수 있게 된다. 대선 분위기에서 트럼프가 내뱉은 미군 철수에 관한 막말들이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안보 위기를 느끼게 해 줌으로써 오바마 정부의 정책 결정은 훨씬 유리하게 되었다. 아마도 힐러리로의 대권 이양도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봐라, 우리는 큰 돈 안들이고 대한민국 땅에 싸아드를 설치해서 본토의 안전과 록히드 마틴과 같은 기업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


그렇다면 싸아드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은 무엇일까.


첫째로 한반도의 평화는 군비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군축협상에 나서게 된 것은 군비경쟁의 폐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일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상황은 양 강대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킴으로써 양 체제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게 되고 적대감정도 약화되었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 충돌 위험은 극히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옳바르지 않을까. 그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도 군비경쟁은 전쟁 위험만 가중시킬 뿐이다. 싸아드가 비록 방어무기이기는 하지만 군비경쟁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무기체계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화는 평화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다.


둘째로 남북한의 천문학적인 군비 경쟁은 결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게 되어 한반도를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차세대 탱크, 차세대 항공모함, 차세대 잠수함, 싸드, 패트리어트 등등. 우리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서 갖춰야 할 차세대 방위 산업은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고도 성장기에서는 충분한 양적 팽창으로 방위비 증액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저성장기로 접어 들게 된 현재의 경제력으로는 계속해서 팽창하는 방위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경쟁을 해서 후진국인 북한이 먼저 지쳐 떨어지게 되면 그나마 다행일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은 확실한 군사전력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과 미사일등 핵심 전력을 제외하고는 재래무기의 유지 보수 정도로 버티고 있으니 물량 경쟁에서 쉽게 패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셋째로, 수세에 몰린 김정은에게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한 배경을 만들어 주게 되었다. 미국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전승절 기념일에 중국으로 날아 간 대통령의 결단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비록 시늉만 하는 것이었을망정 김정은 정권에는 큰 위협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의 행동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체제 유지와 군사 전력 강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은 강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미국과 일본을 얻었다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얻었으니 손익계산서로 보면 어느쪽이 낫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넷째로 그동안 누려 온 중국 효과를 서서히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도 우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되어 버린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비중이 우리처럼(2015년 기준으로 한국 해외 수출 물량의 26%가 중국 / 미국의 비중은 13%) 높지 않기 때문에 서서히 고사시키는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발판삼아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 호황을 누려왔던 우리로서는 성장율 침제는 물론이고, 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 철강과 같은 굴뚝 산업의 위기도 더욱 극복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주신은 이 모든 이야기를 듣더니 결론은 '싸아드 배치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한반도의 평화에 그리 큰 이익이 없을 것이다'로 결론을 짓는다. 그래서 반대한다.


그래, 그러면 어느 수준까지 반대할 것인가. 현재 무일농원 인근의 음성 지역이 후보에 올라있다. 음성 지역에 싸아드가 배치된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떤 수준의 반대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밀양이나 강정마을처럼 생업을 포기하는 수준의, 극렬하고도 가슴 답답하며, 누군가가 희생될지도 모르는 수준의 반대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 정책 결정을 했던 책임자들은 뒤에 숨어서 쉬고 있고, 그들을 대신해 의경이나 경찰 또는 찬성하는 우리 이웃사람들을 상대로 반대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런 싸움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제(7월 8일) 우리는 음성 지역 싸아드 배치에 반대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오늘은 궐기대회(11일)도 있었다. 그런 노력으로 다행이 음성 지역에 싸아드가 배치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러면 된 것인가. 싸아드 배치 반대 여론은, 충청도와 경상도는 새누리당에 지배되고 있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정부에서 얼마나 빨리 대응해서 반대여론의 조성자들을 정리(?)해 내느냐에 따라 여론이 급격히 변화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주 조용해 질 수도 있다.


음성이 아닌 지역으로 결정이 되고 나면 더 이상의 반대는 필요없는 것일까. 깨끗한 농사와 깨끗한 삶을 지향하는 농부로서 그렇게 나의 터전이 지켜진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정말 선을 지향하지만 언제나 악을 행하는 것일까.


오, 말로만 듣던 그 싸아드. 정말로 오시는가. 싸아하다.


한미,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오직 北핵·미사일위협에만 운용"(종합)

http://v.media.daum.net/v/20160708113448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