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883년에 크레타섬에서 태어나고 그곳에 묻혔다.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독립한 그리스의 초대 총리인 베르질로스의 비서로 시작해서 장관까지 역임하다가 선거에서 패배한 후 작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두뇌로써 그리스에 기여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열망대로 철학자 베르그송에게 배우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수많은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두 번째 아내인 엘레니 사우미와 여행을 하고 그 외 시간에는서재에 파묻혀 신과 인간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읽고, 글을 쓰면서 살았다고 한다. 부럽기 그지 없는 삶이다.
호메로스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인으로서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가 끊임없이 싸웠듯이 그도 싸울 수밖에 없었을까. 그는 자유인으로서 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이 먼저 있었고, 그 속에서도 신을 경배하려고 노력했지만, 걸어오는 싸움은 회피하지 않았다. 직접 쓴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한다. 자유로운 작가로서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이 강렬한 문구에는, 조국에서 추방당한 사람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파문당하는 계기가 된 소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의 예수처럼, 박해받는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맞서 싸울 적의 정체를 결정짓는다. 비록 그것이 파멸을 뜻할지언정, 나는 신과 싸우게 되어서 기뻤다. 그는 흙을 빚어 세상을 창조했고, 나는 어휘를 빚는다. 신은 지금처럼 땅 위를 기어다니는 인간을 만들었고, 나는 꿈을 이루는 공기와 상상력으로 시간의 횡포에 항거하는 인간을, 보다 영적인 인간을 빚어내리라. 신의 인간은 죽지만, 내가 창조한 인간을 살리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중에서)
아버지는 물론이고 자식에게조차 미움을 사는 오디세우스. 카잔자키스는 왜 이런 설정을 한 것일까. 아직은 이유를 알 수 없다.텔레마코스의 한스런 독백을 들어보자.
"아버지시여, 제 눈은 쓸쓸한 바다를 아프도록 지켜본 적도 있으며 아,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운명인 줄 알았나이다! 이제 아버지가 오셨지만, 차라리 저주를 받으시고, 다른 파도가 아버지를 세상의 아득한 끝으로 쓸어 가 돌아오지 말게 하소서. 아버지는 모든 이성에 불 지르고, 인간의 소박한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장인을 일터에서 몰아내고, 쟁기를 뽑아 팽개치고, 시골 신랑이 더 이상 신부를 원하지 않고 방랑과 영원한 헬레네의 품을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6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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