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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체력단련의 부수입 팔백만원_151108 C 556

흑미 벼를 베어 두고 비가 내리는 논에 콤바인을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와 진통제를 먹고 푸욱 잘 잤다. 다음 날 아침, 따뜻하게 입고 9시가 넘어서 마음이를 끌고 다시 논으로 나갔다. 다행이도 벼 이송장치는 잘 작동한다. 40kg 포대에 30kg씩 차곡차곡 받아서 집으로 옮겼다. 한 시간 정도의 작업으로 건조 장소인 하우스까지 옮길 수 있었으니 무난하게 잘 끝났다. 오늘은 일이 잘 되려나 보다.

 

콤프레서와 호스를 가지고 가서 콤바인 청소를 했다. 바싹 말라있던 논이라 궤도 바퀴말고는 크게 더럽혀져 있지 않았다. 열심히 쓸고 닦고 흙을 제거했다. 궤도에 끼어 있는 거대한 흙덩이들은 물을 뿌리며 막대기로 긁어내어 무려 두 시간여에 걸쳐 청소를 했다. 마음에 들게 깨끗이 청소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름을 채웠더니 11시다. 이제 반납만 하면 된다.

 

기술고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낮에는 트럭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기술센터에 이야기 했더니 가질러 올 수 없다고 한다. 농기계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가지러 올 수는 있는데, 2시 이후에 가능하다고 한다. 2시까지 기다렸지만 오지를 않는다. 기술센터에 사정 이야기를 하고 늦게라도 가져다 주겠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회사에서 기계를 실어다가 수리까지 해서 반납을 해 주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3만원을 지불했다.

 

2일 월요일 오후 4시부터 말린 메벼를 벼포대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한 두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벼 1,550kg(31포대 반)과 볍씨 50kg(2포대) 등 총 1,600kg을 수확했다. 작년에도 이 정도를 수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알곡도 튼튼하고 검불도 적어서 작년 보다 수확이 확실히 좋아 보인다. 트럭을 이용해서 일부는 창고에 보관하고 일부는 도정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이에 실어 두었다.

 

정미소는 지금이 제일 바쁜 철이다. 농산물은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작업이 몰리다 보니 일처리가 원활할 수가 없다. 봄에는 똑같이 이앙기를 써야 하니 이앙기를 구하기 어렵고, 가을에는 콤바인과 정미소가 밤낮없이 가동을 해도 제대로 일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열 군데가 넘는 정미소를 알아 보았지만 이번 주에 정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 주 화요일 새벽에 정미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볏가마를 다시 창고에 쌓았다. 말이 그렇지 30kg의 볏가마 30개를 창고로 들어다 옮겨야 하는 일이다. 땀이 비질비질 흐르고 심장이 뛴다.

 

벼를 말리는 일주일 동안에 첫날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지 않았다. 게다가 마당에 시멘트 포장을 해 놓아서 바닥이 깊게 젖지를 않으니 내린 비도 쉽게 처리가 되었다. 일주일 만에 찰벼와 흑미까지 모두 말렸다. 흑미는 300kg 정도가 나올 것이다. 찰벼는 대체로 500kg 정도가 나오는데 올해는 800kg이 넘게 나왔다. 우렁이를 이용한 제초에 성공했고, 논둑 앞까지 활용하여 모를 더 많이 심었으며, 다른 지역은 가뭄으로 고생했겠지만 이곳은 날이 좋아서 벼가 잘 자라 주었기 때문이다. 벼를 담는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을 수확했다.

 

4일 수요일에는 트랙터를 임대해서 논을 갈아주기로 했다. 빌려 온 트랙터는 작년 보다 큰 것이었는데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로터리로 논을 갈아서 짚과 흙을 잘 섞어 주려고 했는데 기계가 돌지 않는다. 다시 기술센터에 전화를 해서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을 확인하더니 아무래도 로터리 작업은 안되고 쟁기질을 해야 겠다고 한다. 다시 센터로 가서 쟁기로 바꿔 달고 왔더니 시간은 이미 12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밥을 서둘러 먹고 다시 논으로 나와 쟁기질을 했다. 더욱 힘이 떨어졌다. 4륜 구동을 작동하지 않았었다. 작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흙은 잘 뒤집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파헤쳐지기는 하지만 작업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몸을 돌려서 쟁기 깊이를 조절해 가며 작업을 했더니 작업 내용은 좋아졌는데,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운전을 했더니 삐뚤빼뚤 엉망이다. 오른쪽 목이 뻐근할 정도로 피곤하다. 6시 반이 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초보농부는 여유를 가지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기계의 잘못이기는 했지만 일의 속도도 느리니 야간작업을 피할 수 없었다. 내년에는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효율을 위해서는 8월 하순에 배수로를 잘 만들어 물을 완전히 빼서 논을 잘 말려야 할 것이다. 힘들겠지만 수확 작업을 잘 하려면 반드시 선행해야 할 작업이니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해야 할 것이다.

 

농사를 지어 생활비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 소농은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체력 단련을 위해 유기농으로 농사를 조그맣게 짓는데 배도 쏘옥 들어가고 체중 관리에도 그만인 것이 농사일이다. 그런데, 열심히 체력 관리를 하다 보면 농산물이 공짜로 생기고, 농사짓는 땅도 가치가 점점 상승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농사는 권장할만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올해 체력단련의 부수입 결산이다. 메벼 1,600 찰벼 800 흑미 300. 벼 2,700kg을 쌀로 환산하면 약 2,000kg으로 20kg당 10만원을 받으니 약 천만원의 매출이 생긴다. 비용으로는 우렁이 30만원, 부직포 20만원, 기계 임대료 100만원, 퇴비와 비료 30만원, 연료비 20만원 등 2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약 8백만원의 차액이 생기는데 이것이 농부에게 주어지는 부수입이다. 건강을 얻으며 이런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