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장구와 꽹과리 연주 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느라 글 쓸 시간이 없어서기도 하고, 벼베기를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기록해 두려고 하다 보니 너에게까지 보낼 내용은 못되어서 그렇게 되었다.
오늘은 아침 6시 반에 백미 1톤을 정미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확인 전화를 해 보았더니 오후에나 시간이 되겠다고 해서 여유있게 음성의 아이들에게 가는 길에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정미소에다 볏가마와 함께 내려드리고 헤르메스를 타고 갔다 왔더니 정미를 다 해 놓았더라. 예년에는 40kg 포대에 쌀을 담아주어서 원래 그러나 보다 하면서 집에 와서 20kg 포대에 옮겨 담고는 했었지. 이 일도 쉽지 않아서 거의 4시간 정도가 걸리는 힘든 노동이었지. 그런데, 할머니가 가셔서 20kg 포대에 담아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 주더라구. 세상에나. 지난 3년 동안 헛된 노동을 했던 것이야. 역시 사람은 의문을 갖고 효율적인 방법들을 찾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이야.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이런 요구를 당당히 하셨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
그동안 대금 공부를 하면서 연주 실력이 잘 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음악들을 전통 악기로는 연주할 수 없었던 것도 주요한 이유였어. 오카리나는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3개월 만에 음역이 맞는 모든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숙달이 되었지. 좋아하는 노래들을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개량 소금(F키)이라고 해서 대금처럼 생긴 악기가 12음계를 모두 정확하게 2옥타브 반을 커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나오더라구. 광주의 '이색악기연구소'라는 개인 기업인데, 문제의식이 같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마침 추수한 쌀 20kg(10만원)과 현금 5만원(엄마의 생일 선물)으로 악기 하나를 새로 구입하기로 했지. 아직 받지를 못해서 어떤 음색을 가질까 매우 궁금한데, 오카리나 보다도 더 넓은 음역대를 커버하는 것이라 좀 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최근들어 오카리나의 고음부가 높은 파, 솔, 라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약간 불만스러웠거든. 가벼운 피아노 연주곡을 편곡해서 불고 싶었는데, 음역이 맞지 않으니 불가능해서. 물물교환도 하고, 새로운 악기도 만난다는 기대감이 이번 한 주를 들뜨게 하네.
우주신은 지난 6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날이 모레로 다가왔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부하는 즐거움과 공부할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즐겁게 고등학교 시절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우주신의 역량을 믿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열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어. 힘 내도록 우리가 열심히 응원하자구.
날이 점점 추워지니 따뜻한 너의 침대가 그립겠지? 외박도 곧 나올테니 그 때 만나서 소주도 한 잔 하면서 신나게 떠들자. 즐거운 하루 보내, 사랑해 ♡♡♡
편지를 다 쓰고 났더니 너에게서 또 편지가 왔네. 사고 싶은 것이었다면, 일단 사서, 후회없이 열심히 활용해. 투자비를 뽑는 방법은 열심히 활용하는 것이니까. 온 가족의 반대로 사기 힘들었던 노트 10.1로 요즈음은 네비(네가 다운받아준 앱은 정말 최고야. 해외판이 있는지 알아봐 줘. 구글맵으로 되겠지만)와 블랙박스로까지 활용하니까 하나도 돈이 아깝지 않더라.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 쇠와 장구 공부를 위한 교육 영상을 만들어 두었고, 녹음기능으로는 오카리나 연주를 반주와 함께 녹음해서 블로그에 음악이야기란에 활발하게 올리고 있어. 정말 훌륭한 도구를 샀다는 생각이야. MP3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다양한 활용법을 한 번 찾아봐. 열심히 쓰는 것이 남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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