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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드디어 콤바인 임대에 성공하다_151020 C575

월요일 아침에 헤르메스로 3시간 반을 달리고 마음이로 한 시간 반을 달려 향악당에 가서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거북놀이 공연연습과 소품을 제작했더니 오늘 아침에 열 시가 다 되어 간신히 일어났다. 풍물연습과 마당 포장작업을 하면서 지난 주부터 지금까지 아예 농사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논밭의 곡식들은 쑥쑥 자라고 있으니 다행이다. 풍물도 음악이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 상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과도기라고 본다. 18개월 정도 열심히 해서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으니 앞으로 최대 1년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풍물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만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더 늦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르메스는 어느덧 4,000km 주행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서리가 내려 밖에 세워 둔 자전거에 물기가 축축한데도 열심히 타게 된다. 다만, 연일 계속되는 노동과 자전거 여행으로 무릎이 시큰하여 무리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1만 km를 타게 되면 투자비를 완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고 한다.

 

오늘도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아이에게 한자 이름을 가르쳐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혜로운 리더가 있고, 용기있는 책임자와 절제를 아는 시민들이 사는 세상의 한편에는 여전히 노예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다행이 아이는 쉽게 이해했다. 고대의 노예들이 복종할 수밖에 없었듯이, 자기의 생각이 없이 다른 사람이 하라는 데로 하게 되면 현대판 노예가 된다는 것에 서로 공감했다. 현대판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지식을 쌓아 지혜로워야 하며, 어떤 일에 부딪혀도 용기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가 비록 지금은 힘든 상황이고, 생각대로 실천해 내기가 어렵겠지만, 생각이 올바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멀리서도 네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건강한 체력에서 용기와 지혜가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언제나 열심히 운동해 주면 좋겠어. 네가 건강해야 우리가 더욱 든든해지니까.

 

기쁜 소식이다. 너에게 보낼 편지의 초안을 쓰고 나서 농기계임대센터에 들어가서 콤바인을 빌렸다. 예정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고, 날씨가 나빠서 벼를 말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기계를 빌릴 수 있어서 참 좋다. 한편으로 무서운 기계를 사용해야 하니 걱정은 되지만 기술고문 미스터 김이 조금만 도와주면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몇 년 더 하게 되면 콤바인에도 완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Lingering here, bored and comfortable, was a form of self-punishment tinged with pleasure, or the expectation of it. linger 남아 있다, 서성대다 tinge 물들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쁨이나 슬픔, 두려움과 고통, 기대감을 모두 포기하는 벌을 스스로에게 준 것이다. 남아 있다는 것의 유혹은 그렇게 강렬하다. 기대라는 강렬한 유혹을 선택할 것이냐 익숙한 것의 지루함과 편안함을 선택할 것이냐는 스스로의 몫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과도하지 않게 조절해 가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겠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선택한 것을 즐기도록 노력하자.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