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을논의 벼베기가 있었다. 모내기 할 때나 모판 만들 때 주말에 작업을 하는 바람에 참여할 수가 없어서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는데, 마침 오늘 작업을 한다고 해서 만사 제쳐두고 논으로 갔다. 우리 부락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벼베기는 콤바인 한 대와 트럭 한 대만 움직이면 되니까 나머지 인력들은 그저 놀면서 입으로만 거드는 것이다. 반나절에 7마지기에서 4,300kg 정도의 추수가 되었다고 하니 300만원은 넘는 마을기금이 마련되겠지. 농협에 내고 나중에 정산만 받으면 된다. 오랜 만에 마을 사람들과 마주앉아 소주도 한 잔 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마을에 큰 일이 없어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이 헤어졌으나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끝낸 하루였다.
점심을 먹고 농로 위에 받아놓은 흙을 삽으로 펴는 작업을 하러 나갔다. 트럭 세 차분인데, 막상 삽질을 시작했더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눈이 말하기를 도저히 삽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그래도 참고 한 삽 한 삽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는 것은 같았으나 여전히 어마어마하다. 30여 미터에 달하는 도로에 3미터 폭으로 삽질을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4시 반쯤 되어서 목도 마르고 힘도 들고 해서 돌아왔다. 옛날 농부들은 지게질과 삽질로 바다와 저수지를 메꿔서 땅을 늘렸다고 하는데, 요즘은 삽질만 하루 종일 하고 있어도 손가락질 하고 간다. 돈 써서 몸 편히 하라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밭을 둘러 만들어 놓은 도로를 곧 포장한다고 하니 밭 주변 정리가 되어 좋은데, 이참에 도로 보다 한참이나 꺼진 밭에 흙을 좀 얻어다 부어서 도로와 높이를 맞추는 작업을 할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굴삭기를 빌리는 등 100만원 정도 돈을 들이면 해마다 밭둑 무너지고 풀깎느라 들이던 수고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땅도 제법 넓어질 것이다. 윗밭에서 흘러내려오는 흙 때문에 우리 밭이 망가지는 것도 막을 수 있겠지. 땅 모양이 제법 커지니 나중에 매각을 할 경우에도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100만원 들여서 땅이 20평 남짓 늘어난다고 하면 평당 5만원 들여서 새로 땅을 산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돈 들여서 밭 넓힌다고 해서 농사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할까?
The project would end in calamity, with Briony expecting too much, and no one able to measure up to her frenetic vision. calamity 재앙, frenetic 열광적인. 지나친 기대와 열정은 오히려 일을 망칠 수가 있지. 특히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가만히 돌이켜 보면 아빠의 인생도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짐을 얹어 버려서 힘들었었나봐. 반면교사로 삼아서 적당한 양의 스트레스를 넘어서지 않도록 언제나 주의하도록 해. 개인 보다는 조직이 움직이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항상 명심하고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기를 바래. 이틀 후면 또 만날 수 있겠구나.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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