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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제사는 이렇게 지내야겠다_141016, 목

지난 월요일에 제사를 모시러 큰댁에 다녀왔다. 평일이라 형수와 조카 며느리 둘이서 제사 준비를 다한 모양이다. 너무 미안해서 제기를 열심히 닦고 상 치우는 일도 거들었다.

 

제사 지내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 생각해 두었다.

 

첫째, 제사날은 일년 중 날이 제일 좋은 날의 토요일로 정해서 모시기로 했다. 날이 좋아야 일하기도 좋고 모여서 놀기가 좋기 때문이다. 주 5일제가 되어서 토요일은 대부분 쉴 수 있으니 모이기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으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제사는 한 집에 모여 지낼 것이 아니라 아들 집, 딸 집, 손자 집, 손녀 집, 경치좋은 곳, 콘도나 호텔 등등 온 식구가 돌아가면서 놀기 좋고 보기 좋은 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한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그 집은 제사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져야 하기 때문에 형평에 맞지 않고, 조상님들의 영혼도 여기 저기 구경 다니시며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과 제기가 왔다갔다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제기는 이동식 장에 넣었다가 다음 차례의 집으로 가져가게 하면 되고, 상은 똑같은 작은 상을 구입해서 제사나 차례 때마다 합체하여 이용하면 될 것이다.

 

셋째, 음식을 할당하여 집에서 만들어 오거나 사오거나 알아서 하게 할 것이다. 음식의 종류도 전이나 생선, 과일 뿐만 아니라 맛있는 케익, 스파게티, 카레 등 조상들이 드셔 보면 좋아하실 만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챙겨서 상에 올릴 것이다. 아, 맛있겠다.

 

넷째, 가족들과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면 저 아름다운 카파도키아에서 우유니 사막에서 열대의 섬 쿠바에서 라오스에서 캄보디아에서 절에서 교회에서 성당에서 어디서든 조상을 위해 상을 차릴 것이다. 조상들도 우리와 더불어 세계 여행, 종교 여행을 하시면 좋을 것이다.

 

다섯째, 남여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쉬고, 똑같이 놀 것이다. 그래도 여자들이 훨씬 많은 일을 하게 되겠지만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많이 늘려서 일하는 자와 노는 자가 구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여섯째,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경품 추첨도 하고, 선물도 나눌 것이다. 무엇이 좋은지 의견을 모두 들어 가장 호응이 좋은 것으로 할 것이다. 강연회를 해도 좋고, 음악회도 좋고, 영화 관람, 전시회 관람도 좋다. 무엇이든 가족을 함께 모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성역 없이 진행할 것이다.

 

아주 아주 재미있는 제사가 되어 제사 숫자 좀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손주들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