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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골프, 실패_140929, 월

정말 오랜 만에 일해야 할 시간에 비가 내렸다. 월요일에는 운전면허를 포기하신 정농을 모시고 서예학원에 함께 다니려고 했는데, 65세 미만은 노인복지관에서 서예를 배울 수가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정농을 모셔다 드리고 오랜만에 골프 연습장에 갔다. 지난 8개월 동안은 풍물을 배우느라 시간이 나도 골프채를 잡지 않았는데, 오늘 마음을 먹고 연습장에 갔다.

 

2004년부터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는데도 실력은 형편없다. 스코어가 100 이하로 내려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은 쉽게 언더파를 친다는 스크린에서도 똑같다. 한심한 노릇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레슨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코치들이 오며 가며 스윙지도를 해 줘서 들은 풍월은 있는데, 꾸준하게 지도를 받지 않았다. 레슨을 꾸준히 받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였다. 운동은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지 무슨 레슨이 필요할까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오만이다. 골프를 자전거 타기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다. 탁구 실력이 늘지 않는 것도 체계적으로 지도를 받지 않아서다.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배드민턴과 수영까지. 레슨을 받으며 차분하게 실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 레슨은 받지 않고, 몇 년 동안 하루에 삼십 분 이상 꾸준히 연습을 했다. 그 꾸준한 연습이 오히려 나쁜 자세와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은 엉성한 자세에서 벗어나기도 힘들게 되었다.

 

둘째로 꾸준히 필드를 나가지 않았다. 일단 비싼 비용 때문에 자주 나갈 수가 없었고, 실력이 안되니 함께 가자고 하는 친구들도 점점 줄어 들었으며, 회사를 그만 둔 뒤로는 더욱 기회가 없어졌다. 동네마다 골프장이 있어서 조깅 하듯이 골프를 치는 선진국과 달리 무슨 큰 행사를 치르 듯 2, 30만원을 써 가면서 골프를 치러 나가기가 쉽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캐디와 카트가 없는 골프장들이 많이 생겨야 할 것이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 나가겠다는 의지도 점점 약해진다. 비싼 돈 쓰고 좋은 경치는 구경하지만 스코어가 나빠서 기분이 상해져서 돌아오게 되니 라운딩은 앞으로도 자제할 것이다. 라운딩을 가기 싫은 또 하나의 이유는 내기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내기를 한다고 하지만 실력도 안되는데 내기를 하다 보니 비용이 더 높아진다. 남들은 돈을 잃으면 승부근성이 생겨 더 열심히 연습하려고 한다는데, 승부근성은 생기지 않고 짜증만 난다. 결국 라운딩 나가기 전까지만 열심히 연습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가 첫 홀부터 기분이 나빠져서 끝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있다. 일단 꾸준히 연습은 할 것이다. 내 운동 신경이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 힘을 빼고 똑바로 공을 보내는 연습을 계속한다면 실력은 향상될 것이다. 필요는 알았지만 레슨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쓸 돈이 아깝고, 효과도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몸으로 느껴지는 스윙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실력은 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연습을 열심히 하고, 스크린에서 언더 파 스코어가 꾸준히 나오면 그 때 필드에 나가서 돈을 쓸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파란 잔디 위에서 하얀 옷을 입고 손주들과 함께 골프를 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같은 장면. 꼭 만들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