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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사위들의 열성이 고맙다_141019, 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산소의 떼 입히는 작업을 했다. 돈을 주고 묘지 관리소에 부탁해서 떼를 심었는데도 산소에 풀이 나지 않아 어른들은 매우 마음이 불편하셨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좋은 날을 잡아 우리끼리 작업을 해 보기로 했다. 큰외숙모가 모두가 쉬는 날인 일요일에 딸과 사위들을 총집합시켰다.

 

토요일 아침에 잔듸를 파는 곳에 가서 15평 잔듸를 샀다. 잔듸는 파릇파릇 매우 싱싱해 보였다. 한 포대에 5개의 잔듸 무더기가 들어가는데 20kg이 약간 덜되는 무게라고 한다. 처음에는 30평을 사려고 했는데, 15평만 해도 총 23개의 포대라 400kg이 넘는다.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한계치다.

 

일요일 아침 9시 반에 의정부 운경공원 근처의 길음동 성당 묘역으로 갔다. 사위들과 딸들, 외숙모, 작은 외삼촌, 그 딸과 사위, 조카들이 모두 도착하고 보니 15명이나 된다. 그득하니 좋다. 역시 자손은 번성시켜 놓고 볼 일이다.

 

 

 

 

 

잔듸 작업 방식을 놓고 일대 설전이 벌어졌다. 잔듸 파는 가게에서는 적어도 30cm 정도의 높이는 잔듸 조각을 반으로 잘라 축대 쌓듯이 쌓아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큰사위 김서방은 그럴 필요없이 잔듸 조각을 통째로 부치고, 흙을 잘 발라 힘껏 눌러주면 된다고 한다. 십 여 분 설전을 벌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씩 봉분을 맡아 작업해 보기로 했다. 한 삼십 분 작업을 해 보니 잔듸 가게에서 가르쳐 준 방법이 튼튼해 보이고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 않았다. 식구가 많으니 필요한 흙도 제때 제때 공급이 되어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꼬맹이들이 일하는 주변을 뛰어다니며 활기를 불어 넣고, 딸들은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잔듸 자르는 일이며 주변 정리하는 일까지 말 맞춰 가며 열심히 해 주니 일에 신명이 난다. 김서방을 빼고는 모두 처음하는 일인데도 한 명도 힘들어 하며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신나게 일들을 해 주니 그 열성이 고맙기 그지 없다.

 

 

 

막걸리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김밥도 먹으며 천천히 작업을 했는데도,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3개의 봉분이 모두 새로운 잔듸로 뒤덮였다. 사위들이 모두 기뻐하며 올 겨울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장인어른이 따뜻하게 쉬시겠다고 한다. 군산에서 올라 온 꼬맹이들은 산소에서 노는 것이 좋다며 집에 가려고 하지 않고, 오랜 만에 만난 사위들은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내일이면 다들 일을 나가야 하니 섭섭한 발길을 간신히 돌린다.

 

큰 일을 해냈다. 때 맞춰 가을비가 이틀에 걸쳐 촉촉하게 내려주니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사위들의 정성으로 떼도 잘 자라겠지만 온 집안이 훈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