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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많이 이루었지만 끝은 아니다_141009, 목

대학에 다닐 때 미국과 소련의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부러웠다. 미국 시민들은 나무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페인트칠을 하고, 실내 장식을 직접하면서 살았다. 소련 시민들은 주말이 되면 도시 인근의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가꾸며 전원생활을 했다.

 

오십이 다 되어 그 꿈을 이루었다.

 

십여 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농지를 마련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농사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농사이며, 탁상공론이 아닌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한 육체노동이기도 하다. 농부가 되어 공부도 하고 일도 하니 사람 사는 모습을 갖추었다는 기쁨이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나무 판자로 미국식 경량목조주택(판자집)을 지었다. 오늘은 샤워실 옆에 두었던 나무 탁자를 끌어내어 데크 위로 올리고 나무를 보호하는 칠을 했다. 한 여름에 그늘이 좋아 샤워실 옆에 두었는데, 집 앞 데크에 두니 보기에 더 좋구나.

 

미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노동력을 높이 인정해 주니 선진국이다)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일 수 있고, 소련 사람들은 사서 먹을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해 보니 둘 다 좋은 일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말이다.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다 이룬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