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사흘간 연휴다. 오전에 일을 끝내야 기분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추밭으로 가서 빨갛게 익은 고추들을 바구니에 따서 담는다. 가을이 깊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많이 걷어내서인지 한결 수월하게 고추를 딸 수 있었다. 고추를 따 내면서 부직포를 덮고 있는 거대한 잡초들도 걷어내었다. 부직포가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마철의 비로 인해 쓸려 내려오는 흙들이 부직포 위에 쌓이면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삼 주 내에 풀을 메주지 않는다면 풀숲이 된다. 부직포 위를 덮는 흙을 방지하는 방법은 아직 알지 못한다.
아직도 건강한 고추나무들이 있어서 싱싱한 고추들이 달려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10월이 되도록 고추를 따게 되는 것은 농사짓기 시작한 10년 내로 처음일 것이다. 10%도 남아 있지 않지만 말이다. 세 시간에 걸쳐 고추를 다 따고 났는데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푸른 고추들을 보면 다음 주에 한 번은 더 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일이다.
부천으로 올라오면서 농기계 임대센터에 전화해서 콤바인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콤바인 이용 경력이 3년은 되어야 빌려 줄 수 있다고 한다. 군청 기술센터까지 전화해서 간신히 임대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농기계 임대 정책은 귀농자들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는 훌륭한 정책이다. 이 정책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기계 걱정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혼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을 공동체가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기계야말로 농부의 친구이자 후원자다. 그런 기계를 지자체에서 공급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농부는 계속 줄 것이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데이터를 한 번 봐야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임대를 하려고 했더니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 기술센터에 등록된 농부만이 콤바인을 빌릴 수 있는 모양이다. 흠, 결국 음성을 한 번 더 나가야 하는 모양이다. 두 개의 농기계 교육 이수증을 들고 말이다. 뭐, 그래도 좋다. 올해 못 빌리면 내년에 빌리면 되는 것이다.
'사는이야기 >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라지 밭을 정리하고, 콤바인을 예약하다_141008, 수 (0) | 2014.10.09 |
---|---|
토마토 향기가 달콤하고 몸에 좋은 느낌이다_141006, 월 (0) | 2014.10.06 |
배추밭에 다시 뿌린다_141001, 수 (0) | 2014.10.02 |
천천히 쉬엄쉬엄_140926, 금 (0) | 2014.09.26 |
비가 오기 전에_140923, 화 (0) | 201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