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려왔다.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못해 안타까웠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가볍게 한 두 잔 먹고 깨끗한 정신으로 운전해서 내려온 것이 몸에는 더 좋았다. 술 한 잔 더 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평일에 서울로 일 보러 간다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나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왕복 150분 정도 걸리니까 시간은 괜찮은데, 왕복 16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두 번 정도 천 배로 희석을 했는데, 꽤 많은 배추에서 벌레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오늘은 500 배 희석액으로 살포하기로 했다. 농약을 뿌리면 매우 독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데, 친환경 약제는 향긋하면서 한약방에서 나는 냄새가 나서 약을 치는 동안에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무리하게 일하시지 말라고 해도 정농께서는 40리터를 분무기에 부어 짊어지시고 힘들게 약을 뿌리신다. 분무기 통을 넘겨 받은 무일은 20리터만 부어서 슬슬 놀듯이 약을 친다. 두 시간도 안되어 약 치는 일을 끝내고 약통과 그릇들을 깨끗하게 씻어 두었다. 제발 더 이상 심하게 벌레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기의 토양 살충제를 뿌린 것 말고는 아직까지 난황유와 친환경 약제만으로 배추와 무를 키우고 있다. 아직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야 하는데 그 때까지도 더 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고추밭에서는 병 걸린 것 안 걸린 것 파란 것 빨간 것 다양한 고추들이 아직까지 자라고 있다. 곧 쓰러질 것 같지만 쓰러지지 않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아직도 끝내지 못한 옥수수 밭을 정리하러 들어갔다. 풀도 얼마남지 않았고 돈부도 거의 다 따 내었다. 필요없는 옥수수 대와 잡초들을 베어내고 뽑아내니 밭이 한결 깔끔해져 간다. 아직까지도 대 여섯 주의 옥수수에 돈부가 익어가고 있다. 다음 주까지는 기다려서 마지막 정리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돈부 대 여섯 개만 수확하면 한 끼 식사에 고소한 콩을 올려 먹을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봄부터 가을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른다. 천 원이면 사먹을 수 있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도 즐겁다. 힘든 과정이 있어서 더 즐겁다. 힘든 과정을 좀 더 덜 힘들게 만드는 것이 농원의 목표다. 비료 포대로 그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저녁 시간이 되어 세 번째 풍물 공연을 나갔다. 금왕에서 개최되는 음성인삼축제다. 30분 정도 길놀이 하고 땀을 흘렸더니 밥맛이 좋다. 낙지 비빔밥에 소주 한 잔 하고 시원하게 밤길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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