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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가 오기 전에_140923, 화

배추밭에 풀을 뽑았다. 쪼그려 앉아서 두 시간 반을 일했는데, 중간중간 쉬면서 했는데도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 풀은 두 시간 이상 뽑아서는 안되겠다. 가을이라 그런지 비도 내리지 않고, 풀씨도 많이 나지 않아서 깔아놓은 부직포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 부직포의 색이 검정이 아니라 초록색이나 황토색이라면 밭과 작물과 잘 어울려서 훨씬 보기 좋을 것 같다. 시커먼 색은 보기가 싫다. 시커멓게 하는 이유는 햇볕을 막아 풀이 자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인데, 초록색이나 황토색은 효과가 떨어질까 궁금하다.

 

12시가 다 되어서 아버님을 쌍봉초에 모셔다 드리고, 풍물 공연이 있는 음성으로 갔다. 시간이 없어서 허겁지겁 우거지 갈비탕을 먹고 건물 준공식 행사장으로 갔다. 공연 장소가 좁으니 지난 설성문화제 때와는 달리 단순하게 진행되었다. 몸이 가볍게 날아다니는 동료들의 풍물 노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오늘이 두 번째 공연이니 경험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아이들과 공부를 한 뒤에 농원으로 돌아왔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공부를 하려 했는데, 진도를 나가려다 보니 일방적으로 떠드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처럼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해야겠다. 농원에는 포천 이모부 내외가 오셔서 마당에 널어 놓은 벼를 포대에 전부 담아 놓으셨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수천께서 일찍 내려와서 일해 달라고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두 분이 와 주시지 않으셨으면 오늘 밤새 일을 해야 했을 양이다. 벼 포대는 모두 55개, 1.5톤이 넘는 양이 나왔다. 정농의 말씀으로는 평년작 보다 훨씬 많은 양이 나왔다고 한다.

 

다섯 시부터 시작해서 일곱 시가 넘도록 55개의 벼포대를 혼자 날랐다. 1.5톤을 수레 하나와 온몸으로 옮긴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무거운 벼포대를 나르는 동안 두 분께서는 천막과 비닐과 그물, 부직포를 걷으셨다. 하루 종일 일하셨으니 피곤하셨을텐데도 포천 이모 내외분의 도움과 예상보다 많이 나온 메벼를 보시며 뿌듯해 하셨다. 막걸리 반 잔으로 수확과 건조를 축하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추수만 시간을 맞춰 잘 하면 자연건조를 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 게다가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으니 더욱 좋은 일이다. 남은 찰벼와 흑미도 잘 수확을 해서 비가 내리지 않을 때 건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향악당에 가서 쇠와 장구를 치고 열시가 넘어 돌아왔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