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되니 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 홈페이지에 10월 28일이 임대 가능 날자로 파랗게 표시가 된다. 얼른 4조식 콤바인을 선택하여 임대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무사히 임대가 되었다. 이제 28일에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바란다. 비가 내리면 벼수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임대를 다음 날로 연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12만원이고, 사용한 기름은 보충해서 반납해야 하며,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어야 한다. 차량으로 운반을 해 주고 별도로 운반비를 받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다른 시군의 상황을 보면 운반비는 별도로 내야 하는 모양이다.
오전에는 가족들 카톡에 쌀 도정계획을 알렸다. 쌀 값은 20kg에 10만원을 받는다. 이것은 내가 받고 싶은 가격이라서 그렇게 정했다. 80kg 한 가마에 40만원이니 다섯 가마를 판다고 하면 200만원이다.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 얻는 유일한 현금이다. 이외에는 농업직불금으로 50만원 정도를 군에서 지급받는다. 올해는 우박 피해 보상비로 25만원이 지불되었으니 농외 소득이 생겼고, 우렁이 구입비와 부직포 구입비를 보조 받았는데 25만원이다. 총 현금 소득은 300만원이 된다. 월 25만원이다.
오전에는 도라지밭을 정리했다. 꽃이 지고 씨앗이 여문지 오래 되었으나 땅 위에 실컷 뿌려지라고 씨앗을 거두지 않다가 밭을 정리하면서 씨앗을 받았다. 쥐똥나무 울타리 아래에 풀들을 엄청나게 키우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도라지 씨앗을 착실하게 뿌려서 예쁜 도라지 꽃이나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료 포대에 500원 동전 만한 구멍을 10cm 간격으로 뚫어서 울타리 아래에 깔고, 그 구멍 속에다 한 20개 정도의 도라지 씨앗을 뿌려야겠다. 풀이 나지 않게 방비도 되고, 혹시 발아가 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잘만 되면 내년 여름에는 샤워를 하면서 하얗고 파아란 도라지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빈둥대다가 토마토밭을 정리했다. 여기저기 붉게 익은 토마토가 제법 많이 열려있다. 토마토 가지를 정리하는데,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처음에는 토마토 가지가 내뿜는 향기가 너무 강해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좋게 느껴진다. 된장과 청국장의 강력한 향이 구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작물의 향기 중에서 토마토의 향기는 정말 강력하고 친근하다. 은은하면서도 구수한 향은 역시 들깨가 최고다. 거부감도 없으니 말이다.
토마토 밭을 다 정리하지 않았는데, 두 시간 정도 하고 나니 지루했다. 낫으로 뒷짐을 지고 콩밭으로 갔다. 밭의 입구가 풀로 무성하다.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고량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풀이 가득하면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농부의 발길이 끊어진 밭의 작물은 아무래도 결실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올해는 제법 열심히 고랑 입구의 풀들을 정리했다. 물론 우렁이의 도움으로 시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성한 풀들을 낫으로 치거나 손으로 뽑으며 정리를 했다. 10여 미터나 했을까 온 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배가 고파졌다. 다시 낫으로 뒷짐을 지고 샤워실로 직행했다. 개운한 몸으로 쇠를 들고 나와 드넓은 벌판을 쇠소리로 채웠다. 아직은 음악 소리가 아니라 냄비 뚜껑 두드리는 소리다. 언젠가는 음악 소리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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