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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거절할 수 없는 강압_140820, 수

이곳에 땅을 구입한지가 10년이 넘었고, 회사 생활을 접고 농사 지으러 내려온 지도 3년이 되어가는데, 특별하게 놀랄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다. 그러다가 풍물을 배우려고 향악당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들 삶의 여유가 있을 만한 연배이기도 하지만 오래동안 정착해서 살아오신 분들이라 나름대로 시골생활에서 안정을 취하신 분들이 삼성면에 위치한 향악당에서 풍물을 치고 계신다. 맹자께서도 풍류를 즐기는 것은 군왕이 왕도를 실천하는데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면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셨듯이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매주 월요일 마다 모여서 풍물을 치고 노시는 모습을 보면 보기에 좋다.

 

지난 3월부터 장구, 5월부터 쇠를 배우기 시작해서 장구는 9월말이면 수료 발표회를 하게 되고, 쇠는 12월에 모든 과정을 끝낼 것이라고 한다. 매주 모여서 두 시간을 놀다 보니 주 삼일은 두 시간 이상을 풍류를 즐기느라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그래도 즐겁다.

 

오랜 만에 이병림 단장께서 쇠반을 위한 특강을 준비하신 모양이다. 그런데, 고마운 줄도 모르는 제자들은 자신의 상황만 고려하여 특강을 받을 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 그런 무례한 제자들을 단장님이 점잖게 짓누르신다.

 

김선생 : 이번 목요일은 제가 선약이 있구요, 금요일은 무일이 집에를 가야 해서 힘들답니다. 다음주 목요일이 좋겠습니다.

단   장 : 그래, 그러시면 다시 모여서 시간들 좀 맞춰 봐. 나는 이번 주 목요일만 시간이 되는구먼.

김선생 : 예 ??!! 그러시군요.

 

김선생 : 안되겠어요, 목요일로 특강 날자 잡아야 겠네유. 시간이 없으시대유.

우리들 : 허허허, 그래야지요.

 

꼭 그러라고 하신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안되신다고 하니, 기쁘게 한 사람이 희생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