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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아버지의 보청기_140707, 월

금년으로 벌써 세 번째 추진하는 보청기 프로젝트다. 연세가 드셔서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경을 쓰는 것처럼 확실하게 청력을 보완해 줄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지고 의료기 상사를 찾아가고 병원에서 진료를 해 보면 과연 보청기를 하는 것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두 번의 시도가 좌절된 것은 보청기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이었다.

 

첫째, 비싼 가격이다. 소리를 증폭시켜서 전달하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장치에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게 되면 500만원, 보청기 회사에서 구입을 해도 이름 있는 회사의 제품은 300만원이다. 그런데, 습기와 충격에 약해서 고장이 나게 되면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보험제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파손이나 분실시에 보장도 받기 어렵고, 수리 보증기간은 1년이라고 한다.

 

둘째, 사용자들의 불만이다. 안경은 불편하지만 성능에는 만족하게 되는데, 보청기는 사용하면서 불편이 더 느껴진다고 한다. 소음도 심하고 성능도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서 산 제품을 서랍에 넣어두게 된다고 한다. 보청기 회사에서는 귀에 꼭 맞도록 맞춤형으로 하게 되면 소음이 줄어들어서 문제가 없고, 초기에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적응 훈련을 하게 되면 큰 문제 없이 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주변 분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셋째, 청각 능력의 개선 효과 즉 품질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난청이 있는 분들과 대화를 하려면 똑같은 이야기를 서너 번씩 반복해야 하고 의사 소통도 정확하게 되지를 않아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 보청기를 끼더라도 신중하게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하지 않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회사에서도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하거나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보청기가 소음을 발생시켜 의사 소통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두 차례나 미루어진 보청기 구매를 다시 시도하게 되었다. 대한 보청기에서 4채널 하이파이 제품을 월 사용료만 받고 렌탈을 해 준다는 광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도전할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상담사가 직접 우리집을 방문해서 청력 검사를 해 주고 사용할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양쪽 귀에 모두 착용할 경우 가입비 48만 4천원에 1년 이내에 제품을 구입할 경우 300만원에 구매할 수 있고, 그때까지의 월 임대료(두 개 8만원) 누적 금액과 가입비를 공제해 준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조건이었다. 한 두 달 시험하는 비용으로 50만원이 넘게 비용이 들지만 괜찮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년간 7만원에 보험도 가입해 주어서 제품가격의 70%를 보상해 준다고 한다.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 소음도 생각 보다 적었고, 상대편이 말하는 즉시 보청기를 통해 증폭이 이루어졌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해도 큰 소리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대화에 도움이 되었다. 다만, TV에서 나오는 소리가 원활하게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동안 거의 두 배 정도의 크기로 TV를 틀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웠는데, 1.5배 정도로는 틀어야 이해가 되신다고 하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시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를 돌려 보내고 여러 보청기 회사를 검색하다가 예전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던 딜라이트 보청기를 검색해 보았다. 마침 부천 집앞에 회사의 직영점이 있었다. 대한처럼 방문 상담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병원진료일을 잡아서 검진 예약을 했다. 약 3시간에 걸쳐서 다양한 보청기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지난번 대한 때처럼 정농께서 얼마나 잘 들으시는지를 검토하고 내가 직접 껴 보고 보청기의 성능을 비교하는 식으로 검토를 해 나갔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68만원의 표준형(공장생산 기성품) 4채널 보청기 이온. 배터리 6개월치까지 구매해서 72만원이고, 딜라이트에서 보험가입을 해 주어 1년 내 분실과 도난이 일어나면 제품 가격의 50%를 보상해 준다고 한다. 나중에 맞춤현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에는 30만원을 보상해 준다고 하니 더욱 좋았다.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이리하여 5년 여에 걸친 아버지의 보청기 구매가 끝났다. 오늘이 사흘 째인데 정농께서는 만족스러우신 모양이다. TV 볼륨이 10 이하로 낮아도 잘 들리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신다. 그런데 정작 대화하면서 답답함이 사라져야 할 나는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관리하시느라고 일 할 때나 샤워한 직후에는 착용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화가 작업할 때와 식사 시간인데, 그 때는 착용하고 있지 않으시니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쨌든 만족하신다니 다행이다. 5년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잘 관리하면 7년까지도 쓸 수 있다는 회사의 말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