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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이앙기를 반납하고 모를 떼우다_140513, 화

어제 저녁에 실어놓은 이앙기를 아침에 반납하러 갔다. 사고 없이 일을 마치고 고장내지 않고 반납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마음 속으로 조상님들과 예수님, 부처님, 알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반쪽으로 쪼그라들었던 간도 거의 제 크기를 찾았다. 농기계 임대 센터에 기계를 반납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앙기는 새 기계라서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데, 조금 시간이 흐르거나 돌이 많은 논에서는 고장이 나기도 한다고 한다. 이제 필요한 기계는 콤바인인데 초보자들에게는 잘 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콤바인이 비싼 기계이기도 하지만 작동법도 이앙기의 열 배 정도 어려운 복잡한 기계라고 한다. 3조식 작은 기계도 있지만 금년에 임대를 할 지 알 수 없다고 한다. 2.5톤 정도의 트럭이 있어야 운반이 가능하니 그런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가을에 다시 한 번 콤바인 교육을 받고 트럭도 빌리게 되면 그 때 가서 신청해 보라고 한다. 가족농들은 이래 저래 생존이 어렵다. 농사로 필요한 돈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농사일을 돕는 기계도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농장으로 돌아와 논으로 갔다. 정농께서는 도서관으로 출근하시고 수천과 함께. 예년 같으면 모를 떼우면서 너무 힘들고 괴로웠을텐데, 이번에는 힘은 들었지만 괴롭지 않았다. 우리 힘으로 모를 심었기 때문에 어서 모를 떼워서 예쁘게 논을 마무리 하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모를 떼우러 논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전에는 큰 문제 없이 완벽하게 잘 심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를 떼우면서 보니 여기저기 빠진 곳이 제법 있다. 논의 수평이 맞지 않아 깊은 곳에 모가 특히 문제가 있었다. 모가 심겨져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높은 곳의 흙을 손으로 퍼서 이리저리 펴면서 모를 떼워 나갔다. 수천께서는 그래도 예년 보다 모가 훨씬 잘 심겨져 있다고 하신다. 줄을 잘 맞추지 못해서 고속도로처럼 뻥뚫린 논을 남겨둔 곳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고개가 빠지게 모의 상태를 보면서 열심히 심은 결과다. 만족스럽다.


오후 내내 땡볕에서 모를 떼우면서도 큰 괴로움은 없었다. 절의 보살님이 커피를 내오셔서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절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장성한 아들이 둘이 있지만 함께 사시지 않고 홀로 큰 절을 지키고 계시니 어려움이 큰 모양이다.


감곡면사무소로 웃음치료사 강의를 들으러 갔다. 지난 번에 나오셨던 남자분이 오시지 않아서 오늘도 청일점이다. 계속해서 웃고 웃고 웃으니 힘든 노동에 지친 마음이 위로가 된다. 역시 웃음은 좋은 치료제인 모양이다. 회장을 맡으라고 해서 계속 거절을 했는데도 또 선거를 해서 회장으로 뽑았다. 이것 참. 더 이상 안한다고 할 수도 없어서 맡기로 했다. 총무를 뽑았는데 묘하게도 금왕에서 오신 분이다. 그 분의 도움으로 회식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즐거운 교육을 계속 받기로 하자. 봉사활동도 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