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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이틀째 논에서 일하다_140514, 수

아침을 일찍이 먹고 논으로 갔다. 세 식구 모두 논으로 달려 갔다. 정농께서는 모터를 수리하시고 달려 드시고 수천은 흑미논, 무일은 큰논에 이어서 작은 논으로 갔다. 물이 깊은 곳은 흙을 끌어 와야 하는데 모가 심어져 있어서 발걸음조차 옮기기가 쉽지 않다. 겨우겨우 한 줌의 흙을 옮겨서 물 위에 던져 놓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왔다갔다 했더니 이제 몸이 피곤하다. 쉬자. 간간이 그늘로 도망가서 뜨거운 볕을 피한다. 두 분도 쉬엄쉬엄 하신다. 농업대학의 강사는 뜬 모 떼우려 애쓰지 말라고 한다. 한 논에서 생산되는 벼의 총량은 어차피 비슷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병충해나 풍해, 냉해, 수해만 심하지 않는다면 먹을 만큼 주신다. 애쓴 보람이 있으면 맛이 좀 더 좋아질 것이다.


점심을 먹기가 쉽지 않다. 힘들게 일하면 밥도 잘 먹히지 않는다. 천천히 천천히 밥알을 씹어 넘긴다. 이럴 때는 고기 반찬과 함께 막걸리나 소주를 한 잔 하면 좋다. 기분도 훨씬 좋아지고 아픈 허리의 통증도 살짝 사라진다. 이런 노동주에 너무 빠지다가 알콜 중독이 되는 안타까운 농부들도 있지만 육체 노동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한다. 두 시까지 느긋하게 쉬다가 도서관으로 출근하시는 정농을 보내 드리고 수천과 함께 논으로 향한다. 아니 오셔도 되는데 고생하는 아들을 보기가 안타까워서 언제나 따라 나서신다. 논일을 하게 되면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온 몸에 흙탕물이 튀기 때문에 그야말로 거지꼴이 된다. 논흙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살며시 똥냄새가 나고 물비린내도 심하다. 손톱 밑을 파고 드는 진흙은 괜히 지저분한 손을 만든다. 작년 보다 좀 더 손이 거칠어진 느낌이다.


오래된 농부가 아니라면 요즘은 뜬모 심기를 하지 않는다. 한뼘의 땅도 놀리지 않으려는 예전의 농부들과는 달리 금전 가치가 없는 쌀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힘든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일농원은 가족들이 먹을 쌀을 심는 것이다. 그러니 한 톨의 가치가 남다르다.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팔아서 돈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생산하는 쌀을 대하는 마음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7시 반이 다 되어서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얼른 씻고 식사를 하고 장구를 치러 향악단으로 향한다. 하루가 정신 없이 흐른다. 가족들과 영상전화할 저녁 시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