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금요일 밤에 정농께서 전화를 하셔서 우렁이들이 논바닥을 활발하게 기어다니고 있다는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셨다. 그 장한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농원에 도착하자 마자 논으로 달려갔더니 제법 많은 수의 우렁이들이 논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양식장에서 보니 눈에 보이는 우렁이들 말고도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우렁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적정량 보다 무려 5~7kg을 더 뿌렸는데도 1평방미터의 논에 보이는 우렁이 숫자는 다섯 마리 정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렁이들도 있으니 숫자는 적지 않다. 판매를 하시면서 작은 우렁이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충분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았다. 우렁이들이 풀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으나 벼포기에 매달려 있는 것들도 제법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우렁이들을 벼포기에서 떼어내어 논 가운데로 던져 주었다.
논 가운데에만 있었던 우렁이들이 논 가에까지 다 퍼진 것을 보니 다행스러웠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 보았더니 우렁이들이 물을 따라서 제법 빨리 움직여 다닌다. 학들이 와서 우렁이들을 포식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다. 주변의 논들이 제초제와 농약으로 범벅이 되어 있어서 평소에도 학들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6월 중순이면 엄청난 숫자의 잠자리가 우리 논의 벼에서 태어난다. 그것들이 벌처럼 침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끔찍한 상황이 연출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거미들도 온통 잔치를 벌인다. 곤충들이 많은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해충도 있겠지만 익충들도 많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논을 한바퀴 둘러 보았더니 우렁이들이 사이좋게 골고루 퍼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마침 주말 동안 날씨가 포근해서 새 논에 적응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아직 풀이 나오는 기미를 전혀 알 수 없어서 우렁이들의 작업 효율은 전혀 알 수 없다.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벌들이 두 통이나 분봉을 나왔다. 하나는 목련, 하나는 영산홍 가지에 붙었다. 목련 가지에 붙은 벌들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부는 바람에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정농께서 벌통을 가져다가 영산홍에 붙은 벌들을 털어 옮기려 하는데 쉽지가 않다. 작은 가지들이 많아서 한 번에 작업이 되지 않는다. 흠,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벌들과의 공생은 이래서 쉽지가 않다. 점심을 먹고 났더니 또 한 통의 벌이 분봉을 나왔다. 이번에는 두릅나무 가지 위다. 가시가 많은 나무라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톱으로 나무 밑둥을 잘라서 벌통에 털어넣어 버리니 순식간에 벌잡이 끝나 버렸다. 역시 자연은 만만치가 않다. 모내기 끝내고 여유를 찾을 만하니 분봉이 나오는 바람에 점심때부터 하루 종일 정신 없이 지나가 버렸다.
천재가 사 온 도너츠를 가지고 내려왔더니, 손자가 보낸 선물이라고 너무 좋아하신다. 이제 손자가 용돈을 주는 날까지 살고 싶은 희망이 생기셨다고 한다. 아마도 손자가 증손자 낳아주는 것까지도 충분히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즐거움이 잔잔하면서도 크다. 장구치러 향악단에 갔는데, 상쇠의 상수소리를 해독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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