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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렁이 구입과 살포_140516, 금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날이고 세월호에 탔던 시민과 학생들이 억울하게 숨진 날이다. 암담한 역사가 새겨전 날이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아침에 청원의 청개구리쌀 마을로 전화를 드렸다. 우렁이를 언제 사다 넣는 것이 좋겠느냐고. 제일 좋은 시기는 모내기를 하고 5일 후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 7일에 논을 갈고 수평을 잡았다고 했더니, 그러면 벌써 열흘이 다 되었으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이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 중으로 구입해서 집어 넣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우렁이 농법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아니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7년 전에는 모내기 후 2주 정도 지나서 우렁이를 뿌렸는데, 매우 빨리 집어넣는다. 정농께서는 우렁이가 60%만 일을 해 줘도 고맙겠다고 했다. 무일은 전혀 기대를 하지 않는다. 논 중경제초기도 돌리고 손으로 제초를 할 생각이다. 하루 일거리라도 줄여준다면 고마운 일이라 할 것이다.


정농과 함께 청원으로 갔다. 잘 뚤린 도로로 한 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했다. 한참 우렁이를 키우고 계셨다. 하우스가 많아서 제법 많은 수의 우렁이를 키워내고 있는 모양이다. 우렁이만으로 제초가 되는지를 물었다. 이 동네는 우렁이만으로 제초를 하지만 일반 농가의 경우, 써레질을 하면서 제초제를 투입하고 모내기 후에 우렁이를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를 넣을 계획이라서 여름 내내 손으로 김을 맬 각오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걱정스러워 하신다.


우렁이는 오리와 달리 벌레들을 잡아 먹지는 않아서 모내기 후에 물바구미 방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친환경 약제로 기름 성분의 액체를 논가에 뿌려주면 작은 물바구미가 기름을 뒤집어 쓰고 호흡 곤란을 일으켜서 방제가 된다고 한다. 너무 많이 뿌릴 경우 벼에도 해가 될 수 있으니 3일에 한 번 씩 두 세 차례 방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만일 약제를 구입하기 어려우면 식용유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논의 수평을 잘 잡아서 적어 5cm 정도의 깊이가 유지되어야 우렁이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작업을 한다고 한다. 특히, 풀이 많아 보이는 곳에는 흙탕물을 일으키면 우렁이들이 달려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높이가 낮은 곳은 풀이 빨리 자랄 수 있으니 손으로 제초를 하면서 흙탕물을 일으키면 우렁이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400평이면 7마지기로 30kg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과거의 경험으로 35kg(kg당 5천원 / 합계 175,000원)을 사서 충분하게 뿌려 주기로 했다. 너무 많이 뿌려주면 벼에도 피해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두 개의 상자에 가득 담아 주셔서 제법 양이 많고 양식장에서 기른 것이라 껍질이 연하니 주의해서 다루라고 한다. 논 하나에 다섯 군데로 나누어서 부어주면 손실 없이 잘 살 것이라고 한다.


논에 도착해서 두 손으로 우렁이들을 집어내 논바닥으로 집어 던져 주었다. 논에 물이 차 있고 진흙인 상태라 우렁이 껍질에는 손상이 없어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일부 논에는 한 웅큼씩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논을 빙 둘러가면서 우렁이를 한 주먹씩 던져 넣기로 했다. 일은 생각보다 빨리 되었고 우렁이들도 던져진 상태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말로 큰 일을 끝낸 기분이다. 우렁이가 풀을 잘 먹을 수 있게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가족들에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