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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태양광도 전기온수기도 잘 돌아가네_140520, 화

장구치고 어쩌고 하다가 7시가 다 되도록 눈이 떠지지를 않았는데, 경동보일러의 사장님이 전기 온수기의 배관 공사를 위해 오셨다. 농부가 되어도 잘 고쳐지지 않는 것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저녁에 일찍 자든 안자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낮잠을 자지 못하니 밤과 아침시간에 푸욱 자지 않으면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오늘은 사장님 덕분에 눈 비비며 일어나 보일러실로 갔다.

 

전기제품들은 참으로 유용하다. 배관도 간단하고 설치도 간단하다. 뚝딱 뚝딱 30분을 주무르고 나니 전기 온수기의 설치가 끝났다. 물을 채우고 약 한 시간 정도만 지나면 50리터의 온수가 가득 채워지게 된다.

 

일을 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7년 전 쯤에 사장님 댁에도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당시에는 군 보조가 없어서 5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혀 이상없이 사용하고 있고 요금도 만 원 정도 밖에는 나오지 않으니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심야전기 보일러를 설치했는데, 한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려면 전기료가 5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집을 괜히 50평, 2층으로 지어서 남 보기에는 좋으나 너무 넓고 난방비가 많이 들어서 유용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집을 보시더니 1층으로 적당한 크기로 잘 지었다고 한다. 사장님은 한 겨울에는 내복 입고 전기난로 앞에 끼고 거실에서 잠깐 쉬다가 방에 들어가서 잔다고 한다. 너무 추워서 저녁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는 힘들다고 한다. 한국의 겨울은 난방이 가장 큰 문제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온수를 틀어보니 콸콸 잘 나온다. 50리터니까 두 사람이 가볍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약 2.5kw가 소요되니 하루에 4kw가 소요된다고 하면 한 달이면 120kw다. 태양광이 없으면 엄두가 나지 않는 전기제품이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져서 시골의 노인들이 요즘 전기온수기를 많이 쓴다고 한다. 잘만 관리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온수를 잘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450만원을 들인 태양광 설비가 잘 작동을 해 주면 좋겠다. 월 2만원 정도 들어가는 난방용 가스레인지를 예비로 하고 40만원 정도의 전기레인지를 설치하여 취사도 전기로 전환할 생각이다.


논으로 가서 물꼬도 확인하고 우렁이 상태도 살펴 보았다.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논가에 정리되지 않은 풀들을 뽑아주며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놀랍게도 벌써 풀들이 싹을 내밀고 있었다. 약 5미리 정도 되는 크기로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땅이 높아서 물이 얕은 곳에서는 벌써 녹색잎들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물신을 신고 있지 않아서 논가에서 팔이 닿는 부분만 손으로 대충 훑어서 풀을 제거해 주었다. 물이 얕은 곳에는 우렁이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5cm 깊이는 필요한 모양이다. 우렁이들이 진흙 속에서 풀들의 뿌리를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면 얕은 논에는 다음 주부터 내 손길이 필요해질 것 같다. 정농께서는 풀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래, 눈에 띄지 않으면 좋은 일이지. 써레질 한 지 13일째고, 모내기 한 지 9일째다. 풀이 올라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고추밭에 부직포를 덮었다. 수천께서 양쪽 끝만 핀으로 박고 중간 부분은 철근을 눌러 두어야 부직포가 상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그런 식으로 작업을 했다. 윗밭에 부직포를 덮지 않은 부분은 벌써 풀들이 뒤덮고 있다. 부직포가 없었다면 벌써 풀매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부직포를 살짝 띄워 이랑을 덮을 수 있다면 공기 순환도 되고 햇볕이 차단되어 풀도 자라지 못하고 습기 보전과 공기 유통도 원활할텐데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고추밭에는 인삼밭용 차광막을 두겹으로 해서 덮어두면 탄저병과 풀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시험할 재료가 있으면 좋겠다.

 

남겨 두었던 벼 8가마(240kg)을 정미하였다. 정미기가 날이 뜨거워 과열이 되는지 중간에 작동을 멈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약 4시간에 걸쳐 정미를 끝냈다. 160kg의 쌀을 얻었다. 5분도로 정미를 하면 백미가 하얗게 예쁜데 쌀눈이 덜 살아 있고, 6분도로 깎으면 쌀이 약간 붉은 기를 띄면서 쌀눈이 좀 더 살아 있다. 절반은 5분도로 절반은 6분도로 깎아 두었다. 가정용 정미기로 정미를 하면 깜부기와 돌이 제대로 골라지지를 않는다.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결국 남에게 팔기는 어렵다. 요즘 누가 돌을 이뤄 먹겠는가. 세상은 좋은 세상이지만 너무 깨끗하다 보니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약은 정말 대단한 인류의 발명품이다. 평균 수명이 팔십을 넘기지 않았는가.


부직포는 군에서 보조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덮기 전과 후의 사진을 농협 담당자에게 보냈다. 겨우 9만원이기는 하지만 보조를 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사진과 일지로 증명을 해야 한다. 일찍이 일을 끝내고 따뜻한 물로 야외 샤워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쇠치는 연습을 했는데,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음만 요란하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경주 남산 마애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