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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일의 양은 언제나 같다_140424, 목

허리가 아파서 이장님께 비료를 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반 거절을 당해서 더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경운기에 싣고 삽으로 뿌릴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진통제도 한 알을 먹었다. 통증이 가벼우니 조심조심 움직이면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경운기를 가져다가 짐 실을 준비를 했다. 경운기 운전도 슬슬했더니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농께서 경운기의 바퀴를 물작업용인 철바퀴로 교체하자고 해서 그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묵직한 경운기를 이 시원치 않은 허리로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자고 생각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을 기계들과 씨름하며 단련이 되었는지 정농께서 천천히 잘 해 나가신다. 보조하는 나도 그리 어렵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차근차근 힘도 덜 들이면서 일을 진행했더닌 불과 90분만에 바퀴 교체 작업이 끝나고 시운전까지 쉽게 마칠 수 있었다. 허리가 부담이었지만 수동 시동도 시원하게 해 내었다.

 

이제 논으로 가면 되겠다 했더니 이장님이 기계를 끌고 나가면서 논으로 오란다.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몸을 일으킨 모양이다. 유박퇴비 65포와 복합비료 3포를 뿌리고 났더니 한 시간이 금방 간다. 마지막 순간에 이장님이 뒷창문을 거세게 열다가 유리를 깨뜨려 버리고 말았다. 유리조각이 우리 논에 다 쏟아졌다. 허 참. 기계를 사용하는데는 문제 없는 고장이지만 아까운 일이다.

 

이장이 떠나고 나서 정농과 쭈그려 앉아 유리를 주워냈다. 퇴비를 삽으로 뿌리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을 텐데 한 시간만에 일을 끝냈으니 좋은 일이다. 대신 유리를 90분 가량 주워 내야했다. 힘은 줄었으나 일의 양은 같았다.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농기계 임대가 안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예약한 농기계가 반납되어야 새로운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날자를 바꾸기로 했다. 7일 생극에서 트랙터를 빌리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앙기는 30일이나 되어야 임대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몸으로 하면 되지만 이미 운수노동자가 되어 버린 농부들은 기계없이 농사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운기와 관리기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숙련된 농부가 되는 날까지 이런 아쉬운 과정을 계속해서 밟아가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