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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펌프가 잘 작동해줘서 고맙다_140425, 금

날이 계속해서 좋다. 아니 가물어서 약간 걱정이 된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니 논작업을 끝내 놓기로 했다. 트랙터를 하루 밖에는 빌릴 수 없다고 하니 일단 경운기로 로터리를 한 번 쳐 보기로 했다. 그 전에 논에 물꼬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비닐 포대와 삽과 호스와 고무 밴드를 가지고 정농과 함께 논으로 나갔다. 기다란 논둑을 두 바퀴 돌면서 여섯 군데에 물꼬를 만들고 막아 두었다. 오늘부터 물을 대면 다음 주에는 물 속에서 로터리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지만 둘이 함께 하니 비료 포대에 흙을 담기도 쉽고, 삽질이 힘들면 교대로 하기도 해서 느긋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마을 공동펌프에서 호스를 연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데, 모래 자루를 이용해서 천천히 작업을 했더니 큰 어려움 없이 물을 댈 수가 없었다. 정농께서 시키시는 일보다 내가 생각한 일을 먼저 하다가 마찰이 있었다. 서로 잘하려고 할 때 생기는 분쟁을 잘 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어색한 분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다름아니 펌프였다. 마을 공동 펌프야 원래 잘 돌아가지만 농원에서 가져 온 두 대의 펌프는 제대로 작동할 지 매우 의문스러웠다. 매년 봄마다 펌프를 작동시키느라 하루 이틀을 꼬박 씨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왠일인지 펌프를 연결하자 마자 물이 송송 솟아나온다. 그동안 가물기는 했지만 간간이 비가 내려 주었고, 농사 일을 남들 보다 며칠 빨리 시작했더니 지하에 물이 충분하게 저장되어 있어서 작업이 순조로웠던 모양이다. 하늘에 감사하고, 일을 빨리 시작하자던 정농의 판단이 매우 현명했던 것이다. 마지막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힘든 시기에 순조롭게 풀려 간다면 일하는 즐거움은 크다.

 

오호에는 권정생의 일대기를 다룬 '강아지똥별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부천으로 올라가 가족들을 만나니 더욱 기쁨이 컸다. 동생이 농원으로 내려와 부모님과 회를 먹으며 이른 어버이날을 축하했다고 하니 더욱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