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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안되어, 제초제 남지 않아_131025, 금

어제부터 벼 베어 달라고 재촉을 했더니 아침에 전화가 왔다.  

이슬 걷히고 9시부터 베자고 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늦게까지 터키여행기를 다시 읽느라고 한 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8시까지 푸욱 자고 났더니 그리 피곤하지는 않다.


천막과 비닐과 그물을 깔고 논으로 가서 추수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동네 어른이 이제 그만 제초제 뿌리고 농사 짓는 게 좋겠다고 한다.

여름 내내 논을 기어다니는 우리를 보셨던 모양이다.


예전에야 어쩔 수 없었지만 봄에 제초제 뿌리고 다섯 달 가까이 지나고 나면

제초제 성분이 벼로 올라올 수는 없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농사짓다가는 몸 상하고 오래 못 간다.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해야지요.

마당에다 자연건조를 하면 쌀알도 튼튼하고 맛있겠다고 부러워하신다.

이런 분들도 깨끗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힘든 일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설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해 농사 다 끝나가고 있으니 내년에는 또 방법이 있겠지.

죽으면 썩어질 육체, 고이 모시고 산다고 상주는 사람 없다.

너무 힘들지 않게 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만 슬슬 연구해 보자.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깨끗한 농산물을 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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