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벼 베어 달라고 재촉을 했더니 아침에 전화가 왔다.
이슬 걷히고 9시부터 베자고 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늦게까지 터키여행기를 다시 읽느라고 한 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8시까지 푸욱 자고 났더니 그리 피곤하지는 않다.
천막과 비닐과 그물을 깔고 논으로 가서 추수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동네 어른이 이제 그만 제초제 뿌리고 농사 짓는 게 좋겠다고 한다.
여름 내내 논을 기어다니는 우리를 보셨던 모양이다.
예전에야 어쩔 수 없었지만 봄에 제초제 뿌리고 다섯 달 가까이 지나고 나면
제초제 성분이 벼로 올라올 수는 없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농사짓다가는 몸 상하고 오래 못 간다.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해야지요.
마당에다 자연건조를 하면 쌀알도 튼튼하고 맛있겠다고 부러워하신다.
이런 분들도 깨끗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힘든 일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설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해 농사 다 끝나가고 있으니 내년에는 또 방법이 있겠지.
죽으면 썩어질 육체, 고이 모시고 산다고 상주는 사람 없다.
너무 힘들지 않게 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만 슬슬 연구해 보자.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깨끗한 농산물을 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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