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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아, 정미_131101, 토

쉬운 인생은 없고, 쉬운 농사 또한 없구나.  

언제나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이 명제, 이 잠언.


지난 주에 어렵게 백미 정미에 성공했다.

햇살 아래 삼일 동안 말린 볏가마를 싣고 동네 태창정미소에서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무사히 정미를 끝냈다.


그랬으나 정미를 끝내고 나온 쌀은 너무 깨끗했다.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하게 빛나는 미인의 얼굴이었다.

미인이나 쌀이나 보기에는 매우 좋지만 

현명하지 못하다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음, 결국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온갖 생명의 덩어리인 쌀눈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


뭐, 그래도 정미는 할 수 있었다.

무려 십여 개의 정미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지만,

모두 안된다고 한다.

찹쌀 현미와 검정쌀 현미는 정미하기가 쉽지 않다.


사돈 어른댁 가정용 정미기가 잘 된다고 해서 가 보았지만,

한 포대 돌려보니 그것이 그것이었다.

죽자고 농사 지어 놓으니 이제는 정미가 안되어서

볏가마 싣고 금왕 주변 수십 km를 헤매이고 다닌다.


흠,,,


먹고 사는 것. 깨끗하게 농사를 짓는다는 것.

무엇일까?

그나저나 정미 정미 하니까 왠 멋쟁이 아가씨를 애타게 부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