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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집짓는 이야기

싸고 좋은 것은 없다_입주 -38_130318, 월

외숙모를 모시고 음성 현장으로 돌아왔다.

어제밤에 제법 비가 내렸는지 두 분이 작은 방에 고여있는 물을 퍼내시고

바닥에 깔아 두었던 부직포와 천막을 거둬서 말리고 계셨다.

목조주택은 지붕을 올리고 방수포를 덮고 나면

기후에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는데,

지붕을 덮지 못하고 있으니 비가 올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긴다.


골조와 지붕공사를 위해 자재를 뽑는데,

우리집의 외벽 구조가 2x4로 되어 있어서 단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난 겨울들은 화목보일러를 사용해서 추운 줄 몰랐는데,

앞으로의 겨울은 어떨지 살아보아야 할 일이다.

다만, 북벽을 베란다로 둘렀으니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여름과 겨울에 기온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되도록이면

외벽만이라도 2x6으로 해서 단열 효과를 높이는 것이 좋고,

강원도처럼 추운 지방에서는 필수라고 한다.


외벽을 좀 두텁게 해주면 목조주택의 특성상 단열효과가 좋아

겨울철 난방비도 3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30평 이하).

보통 아파트의 겨울철 난방비가 25만원 정도니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재 회사 사장님과 현장을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즘 세상에는 싸고 좋은 자재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좋은 자재가 싼 자재에 비해 품질도 뛰어나니

내가 살 집이라면 돈을 들이더라도 좋은 자재를 쓰라고 권하신다.





거실 유리창이 금이 가 있어서 부분 보수를 하려고 했더니

거실창 전체를 시스템 창호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금액은 70만원 내외이고 효과는 매우 좋을 것이라고 한다.

모양은 산뜻하고 튼튼해서 돈 들인 것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20만원 내외면 충분히 유리를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50만원의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니 고민이 된다.

유리 가게에 가서 다시 한 번 의논을 해 보아야겠다.


화장실 공사를 위해 동네 타일가게에 전화를 드렸더니

공사 현장을 방문해 주셨다.

원래 계획은 욕조를 들어내고 깨어진 타일을 일부 보수하는 것으로 했는데,

현장 상황을 보시더니 부분 보수로 해도 60만원은 들고

전체 보수를 해도 70만원이면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예상대로 전체를 보수하는 것이 낫겠다.


포천 이모와 이모부가 공사에 꼭 필요한 각도 톱을 가지고 내려오셨다.

가족이 전하는 따뜻한 말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이모부와 함께 목조주택의 사업 전망에 대해 논의하였다.

목조주택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매년 꾸준히 관리를 해 줘야 오래 쓸 수 있는 주택이어서

최근 들어 인기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가족들과 집 안팎을 가꾸며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목조주택을 짓고 가꾸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남자들의 꿈이 목공일을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십 년 내로 이런 선진국들의 여가 보내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목조주택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의 목조주택 업자들도 최근에는 일감을 찾지 못해서 개점휴업상태이므로

새로운 일감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역시 영업에서 시동이 걸려야 사업이 가능한 모양이다.


게다가 요즘은 중국에 목조 주택 바람이 불어서

엄청난 규모로 캐나다와 미국으로부터 자재를 구입해 간다고 한다.

결국 국내에서는 집짓는 수요가 적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자재값은 인상되어 원가율이 높아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 쪽으로 진출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집을 짓는 목수는 집짓기에 필요한 설비, 인테리어, 전기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최소한 세 채 이상의 집을 지어야지만 집짓기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한 2년 정도 공부한다 생각하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운영자금도 2, 3천만원은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릴 수 있다고 한다.

60평 정도의 주택이라면 2억 정도의 공사비에

자재비가 1억 가까이 들어가기 때문에 3천만원의 운영비로는

집 한 채의 자재비도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한 산재사고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유능한 목수들이라도 현장에서는 언제나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산재 보험은 필수로 가입해서 혹시 일어날 지도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이모부는 최종 결론으로 목조주택을 짓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돈과 연결된 사업이 되어버리면 워낙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 매우 피곤하니

왠만하면 하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농사만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어차피 내 주업은 농사와 양봉이다.

귀농을 해서 2년을 농사와 양봉 공부를 해 보니

우리가 만들어 내는 깨끗한 농산물과 꿀도

시장에 유통되는 일반 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들인 노력의 절반 정도 밖에 보상받지를 못한다.

결국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해도 판로가 확보되지 못하고

기대하는 수익을 거둘 수가 없다.


귀농을 생각하면서 오래 전부터 농사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으로 그 생각을 확고하게 굳히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 50여명과 깨끗하고 좋은 농산물을 나눠 먹는다 생각하고

수익을 따지지 않는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돈은 목조주택을 지으면서 농외소득으로 확보할 생각이다.

농사를 지으면 일년에 약 600만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는데,

일년에 집을 두 채 정도 지으면 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어서 시골 생활이 더욱 안정될 것이다.


게다가 집은 지을 때마다 새로운 설계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