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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집짓는 이야기

팔순 어른도 저축을 좋아하신다_입주 -43_130313, 수

밤새 비가 제법 내렸다.


비 때문이기는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일고

일찍 일어났는데도 할 일이 없어서

'자유인 선등'의 카페에 가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세상 모든 일을 자기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큰 일을 당하고 나면,

가족들로부터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고,

이런 도사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회사를 떠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게 되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뱉었던 거친 말들이 사라졌다.

그것 뿐만 아니라 마음을 짙게 누르는 불합리한 상황들과

고통스런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수리를 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의 어려움과 주장과 이해관계 속에 놓여지게 되니

다시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어서 집수리를 끝내어 다시 평화로운 농부와 무일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


보건소에 들려서 정농의 상처를 소독하고

하우스에 모여 앉아 차를 한 잔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면서 비오는 날의 여유를 즐겼다.


고물상 박사장이 남기고 간 스티로폼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 보았다.

가스집 사장님은 토치로 불어버리면 작은 덩어리로 남는다고 했으니

제일 먼저 그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가스 한 통을 다 썼는데도 고작 1평방 미터정도가 날아간다.


두 번째로 고열에 녹여 보았다.

녹기는 녹는데 역시 냄새가 나는 것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결국 커다란 왕겨푸대에 조각조각 부숴서 담기로 했다.

무려 다섯 푸대에 달하는 스티로품 조각을 부수고 났더니

손목이 뻐근해진다.

부천의 아파트에서는 스티로폼도 분리수거를 해가니

한 포대씩 가지고 가서 분리수거에 내놓아야겠다.


그리미가 사서 보내 준 돼지갈비를 가지고 김치찜을 해 내놓으셨다.

소주 한 잔 마시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노곤하다.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농께서는 매월 26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으신다.

그 연금을 용돈으로 쓰시는 것이 아니라

매월 20만원씩 적금을 부으신다.

그렇게 해서 올 6월이면 약 8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하신다고 한다.


이번 일을 당하고 보니 목돈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겠다.

그렇지만 팔순의 어르신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시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얼마되지는 않지만 노령연금과 합쳐서 용돈으로 쓰시라고 해도

자식들이 보내주는 돈으로도 충분하니 저축을 하시겠다고 한다. 허참.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거실의 싱크대를 닦아보기로 했다.

매직블럭으로 잿물이 흘러내린 싱크대를 닦아보니 제법 잘 닦인다. 

공사하면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잘 보호를 해 두었다가

나중에 한 번에 청소를 하면 굳이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내 방의 에어컨 실외기도 크게 고장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일단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점검을 해 보아야겠다.

이렇게 해서 싱크대와 실외기를 살려 두었으니 또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