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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운남성 여행

끝없는 협상, 중국 리짱_110118, 화

오늘 아침 날씨는 끝내 주게 아름답다. 

옥룡설산의 운삼평으로 가기로 했다.

해발고도가 너무 높으면 그리미의 몸이 견뎌내질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3,500미터 높이의 운삼평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여유있게 하기 위해 서둘러서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어제에 비해서 사람도 많고 한국 사람들도 많이 와 있었다.

넓직한 홀에 쌀죽, 삶은 계란, 계란 후라이, 볶음밥, 우육면, 각종 과일로

푸짐하게 상을 차려놓고 편안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호텔에서 옥룡설산 가는 법을 물었더니,

택시로 가면 왕복비용을 받아 200위안이고,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의 옥천공원에 가서 8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일단 택시로 옥천공원에 가서 내려서

버스정류장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건강식품을 파는 듯한 가게에 들어가서

옥룡설산 가는 법을 물었더니

7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고 정류장을 알려준다.

 

모택동 광장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왠 아저씨가 다가와서 옥룡설산을 가느냐고 묻는다.

1인당 10위안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좋다고 하며 탔는데, 마침 그것이 7번 버스 빵차다.



 

아가씨가 가르쳐 준 7번 다마스 버스는 택시와 버스의 중간 정도되는

빵차라는 교통수단이다. 우리가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찾는다.

손님을 빨리 찾아서 가득차야 출발하는 정부의 공인된 교통수단이다.

빵차 안에는 영어를 잘 하는 중국인 2명이 타고 있었다.

옥룡설산에서 매표를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는 도중에 옷 가게에서 파커를 빌려 입는데,

우리는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이미 충분한 겨울 복장이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생각이 맞았다.

 

리짱구청 보호비를 어제 미리 내고 관광을 한 것이

결국은 잘한 일이다. 설산 입구에서 영수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옥룡설산 매표소에서 그 여자들의 도움으로 확인을 했더니

우리가 가려던 운삼평은 어제 내린 눈으로 폐쇄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대설산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해발 4,500미터. 우리가 발로 밟아본 최고의 높이로 가는 것이다.

가격은 왕복 케이블카가 150위안, 케이블카 역까지가 20위안,

입구의 입장료가 80위안이니까 총 250위안이다. 

리짱고성 보호비까지 생각하면 거의 300위안으로

지금까지 쓴 비용보다 많이 나온 것 같다.



 

곤돌라는 안전하고 튼튼한데, 

심장이 약한 그리미는 타자마자 겁에 질려 내 팔뚝을 찢어져라 잡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기는 높은 모양이다.

과자 봉다리가 낮은 기압으로 터져 버릴 듯 부풀어 오른다.

옆자리에는 중국인 아저씨가 노모를 모시고 탄 것 같다.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간다.

햇볕이 쨍쨍하여 날이 따뜻하다.

가끔 가다가 세찬 바람이 불면서 눈보라가 일어 나는데,

그 때만 찬기운이 느껴진다.

 



장관은 장관이다.

알프스 처럼 첩첩산중은 아니었지만,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것이 그럴싸하다.

게다가 아주 깨끗한 빙하가 옥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리미의 상태가 과히 좋지는 않다.

나도 걷기만 하면 조금씩 현기증이 생긴다.

높기는 높은 모양이다.

어떤 가족들은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가지고 산소를 들여마시는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겨우 4,500미터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제자리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서 있으면 머리 속이 맑아진다. 

물론 조금 걸으면 또 현기증이 생기고.

부지런히 기념 촬영을 하고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미가 아프면 우리 여행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설산 입구로 내려 왔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세자매와 만났다.

중국어를 잘하는 둘째딸의 섭외로 리짱 시내까지 오는 차를 탈 수 있었다.

보통은 예약을 하고 왕복으로 이곳을 오기 때문에

돌아가는 차도 많지 않고 비용도 100위안 이상을 부른다.



 

어쨋든 차는 인당 10위안에 무사히 탈 수 있었고,

운전석 옆자리를 차지한 나에게 운전기사가 영어로 말을 시킨다.

"Where are you from?"

한국이라고 대답하고 당신은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더 이상은 영어를 모른다고 한다.

재미있는 아저씨다.



 

한참 고갯길을 내려간 뒤 평지가 나오니까

나에게 클락션을 빵빵 누르라고 한다.

시키는 데로 빵빵 했더니

그것이 "깐유 깐유"하는 인사라고 한다.

이후로 시내에 들어서기까지 아저씨는 운전을 하고,

나는 가끔 "깐유 깐유(안녕 안녕)" 하며 클락션을 눌렀다.



 

기사 아저씨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부자라고 부러워 한다.

서양인들은 싸구려 숙소에 묵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한국 사람들은 항상 택시를 타고 호텔에서 묵기 때문이란다.

차를 같이 타고 온 기념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30위안-이것도 역시 과잉이었다. 돌아올 때는 20위안이었다-을

달라는 아저씨를 설득해서 20위안으로 협상을 해 주고

세자매는 리짱고성으로 우리는 수허구전으로 갔다.

고마워요, 의좋은 자매 여러분 -



 

입구 가게에서 동파문자로 예쁘게 꾸며진 엽서를 골랐는데

20위안에서 깎아 주지를 않는다. 일단 나왔다.

배가 고파서 일단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벌써 오후 3시다.

일단 미판과 대나무밥을 하나씩 시키고, 돼지고기 탕수육,

감자채 야채 볶음을 시켰다.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다 먹을만 했고, 우리가 원하는 음식들이었다.

배낭에서 고추장과 김을 꺼내서 함께 먹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리미만 김치가 생각난다고 했다.


식당 주변으로 참새가 날아다닌다. 음식물 찌꺼기를 주워먹는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힘을 내서 관광을 시작한다. 

여전히 햇볕이 따뜻하여 기분이 좋다.




집들이 깔끔하지 않은 것은 열심히 가꾸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으니

조만간 깨끗하게 정돈될 것 같다.

리짱고성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규모가 좀 작고

언덕 위에 자리잡은 집들이 적어서 그림이 덜 나온다.

그래도 호젓한 길을 걷는 재미는 크다.


가죽지갑을 어제부터 보았는데,

동파문자가 예쁘게 찍어져 있어서 탐이 나다.

어떤 지갑은 곰팡이 냄새가 나고, 어떤 지갑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다.

이번 가게의 지갑은 그래도 좀 좋은 편인데,

40위안을 부른다. 일단 20위안으로 응수했다.

30위안으로 맞받아친다. 다시 25위안으로 되치기했다.

불가능하단다. 우리는 지갑을 놓고 돌아섰다.

문에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우리를 '펑여우'라 부르며, 

친구이기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한 가격으로 팔겠다는

주인 아저씨의 부드러운 미소가 날아온다.

그래서 결국 지갑을 사는데 성공했다.



 

두꺼비 소리를 내는 나무 두꺼비는

아뀔레우스가 계속해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

요란한 촬영장비와 수많은 연출진들 그리고 관객들 속에서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을 몇번이고 되풀이 촬영한다.

촬영장 양쪽으로 많은 커피숍 또는 식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이며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가 멈춰 버린다. 밧데리가 다 되었다.

할 수 없이 커피숍에 들어갔다.

제일 싼 차 한 주전자가 60위안이고 콜라 한캔이 10위안.

아까 점심식사가 네식구 배불리 먹는데 60위안이었으니.....



 

그래도 노부부가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시면서

차 주전자의 물도 채워 주시고,

카메라 전지도 충전시켜 주신다.

게다가 동네 한바퀴 돌고 오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서 다시 갔더니 반갑게 맞아 주시며

흔쾌히 화장실 문을 열어 주신다. 음.... 고맙습니다.

 

리짱고성은 화장실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항상 청소를 해서 깨끗하다. 그리고 이것은 추측이지만,

하수관도 분리해서 시내를 흐르는 물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 그런 기반공사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찻집 앞에서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 몇분이 모닥불을 피워 쬐고 있는데,

그리미가 춥다고 그곳에 가서 불을 쬐자

아주머니들이 서로 뭐라고 뭐라고 묻는다.

한참을 서로 웃으며 뭐라 뭐라 하더니 결국은 천재아들을 찾는다.

한국에서 이곳을 어떻게 왔냐는 것인데,

쿤밍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왔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길고 긴

화기애애한 대화는 끝내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일단 서서 한 번,,, 모닥불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다시 한 번.



 

해가 진다. 다시 동파문자 엽서를 파는 기념품 가게로 갔다.

다시 한 번 협상을 시도한다. 음...졌다.

결국 한 권의 엽서책과 한 권의 그림책을 40위안에 샀다.

우리가 깍지 못했으니 기념촬영이라도 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맡겨 두었던 짐을 찾고, 공항까지 가는 길을 물었더니

택시를 타면 100위안 공항버스를 타면 인당 15위안이란다.

단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는 택시로 7위안.

시간이 많으니 짐을 끌고 걷겠다고 하니

한 10분이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걷다가

10분 가까울 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아저씨에게

그리미가 길을 묻는다. 음,,, 과감해졌군.

정말 조금 더 가니 공항버스 터미날이다.




우리가 타고 나서 조금 있으니 좌석이 꽉 차고 버스가 출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의 불빛은 없고 하늘에 보름달은 가득하다.

주로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달리더니 1시간 좀 넘어서서

리짱 공항에 도착했다. 아담하지만 깔끔하다.

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찾는데 파는 것은 오직 컵라면뿐.

결국 28위안을 주고 쵸코파이 한박스를 사서 허기를 떼우고

공항의자에 앉아 일기를 쓴다.




정말로 이곳은 따뜻한 모양이다.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밀폐된 곳이 없다.

출입문은 무조건 개방되어 있고,

창문도 되도록이면 열어 젖혀져 있다.

한국이 이상 한파라서 이곳도 다른 때보다는 꽤 추웠다.

오늘도 오후 한 때 눈발이 날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팔토시 하나에 의지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모든 추위를 견뎌낸다.



 

정시에 비행기가 이륙했다. 쿤밍까지 50분이다.

그런데, 기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언제나 비행기는 불안하다. 마음을 가라 앉혀본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 긴 고문의 시간으로 느껴진다.

다시 평화를 찾는다. 

착륙 시간이 되어가는데, 또 기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무사히 착륙한 것이 감사하다.

 

택시정류장 앞에 한 아가씨가 공안에게 애원한다.

상황으로 보아 새치기를 하다가 걸렸거나

먼저 가게 해달라고 조르는 모양인데

결국은 훨씬 늦게 온 우리들 보다도 더 늦게 탈 모양이다.

저 아가씨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도 제재를 하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컵라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쉽게도 주방이 문을 닫아서 전자레인지를 쓸 수 없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두 개의 방에 있는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여

세면기에 물을 채워 햇반을 덮혔다. 서너번 전기주전자의 물을 갈아서

햇반 위에 부워주니 약 15분의 시간이 걸렸지만 햇반을 데우는데 성공했다.

미리 준비해 둔 컵라면과 다시 한 번 환상의 야식.

피곤에 지쳐 잠이 든 그리미가 이 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