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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운남성 여행

추워요, 문 좀 닫아 주세요_110117, 월

따리의 허접한 식사와는 달리 이곳은 제법 규모있게 음식이 차려져 있다.

쌀죽과 볶음밥, 계란 후라이, 과일로 부지런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9시 30분이 다 되어서 식당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나는 괜찮았는데 우주신이 무척 아쉬워한다. 

원래 식사를 남들보다 3배는 느린 속도로 먹다 보니

이렇게 급히 먹어야 할 경우에는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천재아들이 남긴 샌드위치에 딸기잼을 바르고 계란 후라이를 넣어 먹었더니

제법 맛이 난다.



 

고성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는데, 여자 기사다.

무표정하지만 눈빛은 강인해 보인다. 

그렇지만 얼굴에 흐르는 피곤함은 감출 수가 없다. 

이곳은 여자기사들이 참 많다.



 

입구부터 감탄사가 연발이다.

천재와 그리미는 정감있는 기와집, 작은 수로가 좌악 펼쳐진

고성의 입구에서부터 즐겁다. 나도 즐겁다.

소원을 적어서 걸어 놓는 종을 30위안을 주고 사서

한 사람이 하나씩 소원을 적어 배낭에 매었다.

딸랑딸랑 제법 요란한 소리가 나서 더 이상 바깥에 매고 다니기는 어렵다.

 



이제부터는 저 거대한 기와집의 미로를 무작정 걸으며 구경하면 되는 것이다.

온통 기념품 가게와 식당, 객잔이다.

그래도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처음보는 물건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돌다가 만고루로 올라가는 언덕 위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우육면과 계란 볶음밥, 요구르트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중국 운남성의 식당들은 마치 약속된 것처럼 움직인다.


첫째로, 일단 무조건 따뜻한 차가 나온다. 겨울이라서 그럴까?

이빨이 빠진 도자기 주전자에 한 가득 따끈한 차를 내온다.

보이차든 녹차든 나오는 차는 무조건 입맛에 맞아서 좋다.



 

두번째로 깨끗하게 봉투로 포장된 그릇이 나오는데,

1인당 1위안에서 2위안까지 여러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2위안 짜리에는 1회용 물수건과 고급 치실 등이 추가로 나온다.

아무래도 여행객들이 많아서 위생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릇을 세척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세번째로 네프킨을 대신해서 휴지를 나눠 주는데,

작은 여행용 티슈를 주기도 하고 커다란 곽티슈를 주기도 한다.

어쨋든 유용하다.



 

네번째로 문을 닫지 않고 개방되어 있다.

이상 기온으로 매운 추운 상황인데도 아무도 문을 닫지 않고  있다.

다들 얼굴이 빨개진 상태에서 간단한 전기난로나 

난방용 팩을 들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

손님인 우리도 어느 문을 닫아달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모든 문들이 개방되어 있다. 




요구르트는 리짱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간식이다.

처음 요구르트를 시킬 때 이것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맛을 보았는데, 꽤 맛있다. 

산양유로 만든 요구르트다.



 

만고루는 리짱 시내 제일 높은 곳.

오늘은 날씨의 변덕이 장난이 아니다.

햇볕이 쨍쨍 쬐다가 비가 오다가 눈으로 바뀌더니 다시 햇볕이 쨍쨍하고.

날씨의 변화도 좋다.



 

다시 사방가로 내려오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앉고 싶다.

그리미와 아이들은 리짱시내 구경을 더 하겠다고 한다.

무일은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잠깐 앉아서 졸고 있으면 가족들이 금방 오려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1시간 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홀로 거리 시내 여행을 한다.

경치는 아름다우나 쓸쓸하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나중에 만나서 물었더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는지 몰랐다고 한다.

음....  가족은 역시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와이파이가 무료라는 커피숍으로 간다.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왠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해 보아야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곳은 서양인들이 오는 곳인 모양이다.

자전거도 빌려주고 햄버거 스테이크와 피자가 있고,

제법 맛이 나는 커피와 케이크도 있다.

물론 음식점 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날만 조금 따뜻하고,

시간 여유만 좀 더 있었다면,

자전거를 빌려 옥룡설산을 다녀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래서 또 여행 욕심이 난다.

여행자는 결코 쉴 수가 없다.

배탈 정도는 병도 아니다.

 



주인은 하얼빈에서 온 젊은 청년이다.

우리가 한참을 앉아서 노독을 푸는 동안

저녁식사 때가 되었는지 국을 끓여 밥을 먹는다.



 

저녁을 먹으러 간다.

빨간등이 요란하게 켜져 있는 거대한 음식점이다.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 중에서 맛이 있어 보이는

country chicken 샤브샤브를 시켰다.

 



미판도 한그릇 시켰는데,

나중에 먹다가 밥이 식어서 덮혀 달라고 했더니 전자렌지에 돌려준다.

그동안 밥이 식어도 그냥 먹었는데,

앞으로는 식은 밥을 먹을 것이 아니라 데워달라고 해서 먹어야겠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 놀라운 도시가 잘 보존되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바로 평화 때문이었다.




리짱의 밤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광란의 밤이다.

한쪽에서는 요란한 댄스음악, 또 한쪽에서는 가수들의 열창,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무희들의 현란한 춤.

그리고 삐끼들이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우리 가족을 부른다.

우리 가족들의 취향은 아니나 젊음의 열정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지런히 시끄러운 골목을 빠져 나오니 살 것 같다.



 

리짱고성의 건너편에 커다란 슈퍼마켓이 있다.

이것저것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에 적당하다.

보이차와 고량주 모두 50위안 이내에서 충분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갑자기 속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서둘러서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