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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목줄은 마치 법처럼 존재를 주눅들게 한다_120906, 목



고양이 새끼들을 포획하여 가두었다 -


얼마전 진도에서부터 데리고 온 예쁜이가 세상을 떳다.

예쁜 새끼 고양이들을 3, 4마리나 낳았는데,

아무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편하게 키우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한 달 사이에 등뼈가 다 드러나도록 고생한 예쁜이는

끝내 자식들은 자연 속에서 키워냈지만,

병들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심현께서 끓여주신 미역국을 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다가

시름시름 쓰러졌다.

자신의 생명을 받쳐 야생을 지켜낸 존경할만한 자립심이다.


점순이도 새끼들을 낳은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예쁜이와 달리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요청한다.


고양이들은 아무리 맛이 있는 음식이 있어도

새끼들이 먼저 배를 채우지 않으면

큰 고양이들이 손을 대지 않는다.


마당까지 따라 나오는 새끼들이 없으니

점순이는 그나마 영양보충을 충분하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이런 지극정성을 안다면,

새끼들에게도 알려줄만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새끼들은 데려오지 않는다.

오직 자신과 우리들이 가족이지

새끼들은 자연에서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늘 커다란 그릇에 부천에서 가져 온 생선뼈를 잔뜩 쌓아놓고

새끼들을 유인해서 두 마리를 잡았다.

그 작은 새끼들이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저항한다.

손가락에 두군데를 물려 상처가 났다.


너무 늦어서 가족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쨋든 노력해 보아야겠다.

어미가 보고 싶고 그립겠지.


열심히 먹이도 주고 귀여워해 줘서

가족으로 만들어야겠다.

그 때까지만 외롭고 슬퍼도 참아라.


혹시 끈이 엉키게 될지도 몰라서

한 마리만 목에 끈을 묶어 두었더니

끈이 묶여있지 않은 새끼 고양이는 갇혀 있어도 저항이 세다.

목줄은 마치 우리 사회의 법과 규정처럼

그것에 매여있는 존재를 주눅들게 하는 모양이다.

한 마리를 마저 메어 둘 수밖에 없었다.

어쨋든 복종하게 하지 않으면 길들일 수 없다.


이렇게라도 고양이들을 일정 수 이상으로 유지 하지 않으면

볏가마는 쥐들에게 사정없이 공격당하고

먹이가 풍부해지는 집 주위로 뱀들이 돌아다니며 설칠 것이다.

고양이들에게 잘 해 주는 것은 그런 절대적인 필요 때문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보드랍고 아름다우며 독립적이다.


점순이에게는 아직도 보살필 고양이가 세 마리나 남아있다.

새끼들이 얼마나 젖을 빨아 대는지 젖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그래도 없어진 새끼들이 어디로 갔는지

매우 궁금해 할 것이다.


한 열흘 쯤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되면

서로 엄청나게 반가워하고,

무일농원의 앞 마당이 제 집인양

먹이를 대령하라고 다같이 '야옹 야옹' 합창을 해 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