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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닭대가리가 세대를 어떻게 이어가나_050310

예전 분들은 닭이라도 한 번 키워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튀긴 닭만 먹어본 세대들은,

닭이라는 동물이,

닭대가리라고 비하되는 동물이

자기 세대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제대로 모를 것이다.

 

아시는 분을 통해서 토종닭 병아리 다섯 마리를 사다가 잘 키웠더니 

이 닭들이 하루 한 알씩 달걀을 낳아 주어서,

우리 가족에게 깨끗하고 풍부한 영양을 제공해 준다.


아, 맛있다.

 

날이 풀리는 초봄에 달걀들을 먹지 않고 잘 모아 두었다가

볏짚을 깔은 둥지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달걀을 아무 때나 둥지에 올려 놓는 것이 아니라,

'앉는 소리'를 할 때 올려 놓는다.

병아리를 부화할 마음이 생기면,

암탉은 앉는 소리를 하니까

그 소리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무일은 못 알아 듣는다.

 

알을 품는 20여일의 기간동안,

어미닭은 물 먹고 먹이 먹는 시간들을 제외하고,

아니 물과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알 위에서 산다.

봄 나들이도 하지 않는다.

 

병아리가 부화되면,

암탉들은 자식들을 자신의 품안에 싸 안고 보호한다.

오직 발과 발톱만으로

험한 흙바닥을 헤집어 벌레들을 땅위로 노출시키면

병아리들은 부지런히 그것들을 주워 먹는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암탉들은 언제나 병아리들과 함께 하며,

발톱이 다 헤어지도록 흙바닥을 뒤집는다.


수탉은 이 시기에 맹수와 같다.

암탉과 병아리에 위협이 되는 개와 고양이가

그들 주변에 어슬렁거리면,

깃털을 꼿꼿이 세우고 사정없이 달려든다.

 

닭들의 세대는 그렇게 해서 유지가 된다.

 

우리들의 어미, 아배가 삶과의 고통스런 싸움으로

우리들을 길러 주었듯이,

닭들도 짧지만 비장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부화기에서 세대를 이어 갈 새끼들을 얻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