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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세월이 가니 다들 떠나는구나_120821, 화

새벽밥 해 먹고 비가 내리는 데도

4시간 동안 열심히 고추를 땄다.

쨍한 햇볕 아래 보다 비를 맞으며 일을 하니

한결 시원하고 좋았다.


이번에도 심현께서는 몹시 실망하셨다.

정농과 무일이 담당한 고추나무들은 많이 죽었지만

그런데로 살아있는 것들이 많아서 제법 수확을 했는데,

심현께서 맡으신 고랑은 고랑 수만 많았지

거의 전멸되다시피했기 때문에 일하는 재미가 없으셨던 것이다.


아무래도 다음 번에는 일하는 고랑을 바꿔야겠다.



그래도 다 따고 깨끗한 물에 씻어서 건조기에 넣어보니

무려 25근 이상의 고추가루가 생산될 만한 양이다.

그제서야 마음이 좀 풀리시는지 얼굴이 환해 지신다.


비를 핑계로 실컷 쉬다가 고추를 더 따야겠기에 오후 다섯시 쯤 나가

비가 오락가락하는 속에서 고추나무에 식초액을 뿌리기로 했다.

준비를 하면서 슬쩍 윗밭을 둘러보았더니

부쩍 큰 들깨잎이 아주 싱싱했다.




배터리가 이상해서 작동이 의심스럽다는 액체 분무기는

이미 10년이 다 된 노후 기계다.

정농께서 알뜰하게 관리하셔서 중간에 배터리 한 번 교체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다.


지난 달에 등짐 지는 끈 고리가 끊어져서 헝겊으로 이어 두었고,

지난 주에 등받침을 하는 패드가 찢어져서 맨살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 분무기다.

이 분무기도 이번 작업을 마지막으로 보내 줘야 하는 모양이다.



세월이 흐르니 다들 떠난다고 하시면서

정농께서는 매우 아쉬워하신다.

당신께서도 곧 떠나실 거라고.


한 말의 식초액도 분무하지 못하고 고장이 나버려서

물뿌리는 조루를 가져다 남아 있는 식초액을 뿌렸다.


비가 쏟아진다. 

내일 쯤 비가 온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 뿌린 것보다는 효과가 좋겠지.


정확하게 세어 두지 못했는데, 

대략 오늘까지 12회 식초액을 분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