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준비를 하느라 계속해서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을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8시가 넘어서 심현께서 깨우시는 날카로운 소리에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벌통 앞 기온은 2도. 이제 곧 영하로 떨어질 모양이다.
아침 식사는 어제 사온 식빵에 계란 후라이와 잼을 발라 간단하게.
그리미가 만들어 준 수제 요구르트도 고마운 마음으로 먹었다.
할 일은 많지만 보건소에 가서 부모님들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읍사무소에 들러 가족관계증명원을 발급받아
농협에 들러 정농의 신용카드를 재발급 신청하였다.
심현께서 사신 로또를 바꾸러 갔더니 복권방은 10시가 다 되었는데도 닫혀 있고,
플로폴리스를 복용하기 위해 필요한 스포이드를 사러 의료기 판매점에 갔는데,
스포이드는 팔지 않아 헛걸음을 했다.
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려 난황유를 만들 식용유를 한 병 샀다.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지 매일 읍내를 나왔는데도
계속 나올 일이 생긴다. 허 참,,,,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꾸준히 집을 짓고 있는 곳에 들려
집 짓는 구경을 하고 왔다.
70이 넘으신 어르신이 홀로 집을 짓고 계신데,
당신 말씀으로는 목공, 미장, 설비, 용접 등
못하시는 일이 없다고 하신다.
아, 이분이야말로 무일이 찾던 시골살이 스승이시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어르신께 일하실 때 따라 다니면서 일도 배우고
돈도 벌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매우 반가워하시며,
"내가 갖고 있는 공구를 사시게.
내가 일은 전부 가르쳐 줄테니.
원래 8천만원은 될텐데,
2,500만원만 받으려고 하네"
"아,,,,, 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군산 한서방에게 부탁했던
자동 분무기, 전동 직소, 톱, 전지 가위 등등이 택배로 왔다.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잘못 보내온 것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의논하고,
사용법을 확인하고 시험 가동을 해 보고 등등
오전 시간이 다 가버려 점심 식사를 했다.
조기 찌게에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새끼 고양이들이 잘 따라 주었다면,
생선 대가리에 살도 많이 붙여 주었을텐데,
우리만 보면 적을 보는 것처럼 뺑소니를 치는 것들이 괘씸해서
살을 싹싹 발라먹고 대가리만 내어 주었다.
좀 미안하기는 하다.
드디어 들깨를 거두러 들로 나갔다.
들깨를 거두는 농부의 마음 -
13시 현재
아, 들깨향이 참 좋구나. 한 톨이라도 흘리면 안되니까 조심조심.
14시 현재
우리 들깨 참 잘 되었구나 아직도 많이 남았네.
가을은 일하기도 좋아. 땀도 안 나네. 조금 속도를 낼까?
15시 현재
왜 이렇게 걸리적 거리는게 많지?
조심하는데도 땅에 떨어지는게 너무 많아.
얼른 얼른 베어 내자. 끙.
내년부터는 조금만 심을란다. 돈도 안되는데.
16시 현재
무념무상. 해가 져야 일이 끝나지. 아직도 해가 기네.
땅에 떨어지는 것은 새들이 먹겠지. 대충 빨리 끝내자.
왜 왼손으로는 낫질이 안되지? 오른손 아파 죽겠는데.
안되겠다. 왼손 낫질도 연습을 해야 겠다.
17시 현재.
땅바닥에 붙어있는 잔챙이들은 그냥 두지,
왜 저런 것까지 전부 씨를 맺어서 허리 아프게 하나.
내년에는 가족들 불러야겠다.
아, 해가 지려고 한다. 얼른 가자. 춥다.
18시 샤워를 하고 났더니 몸은 뻐근해도 기분은 상쾌하다.
뜯어놓은 선풍기를 비누칠해서 깨끗이 씻어 놓으며
여름을 정리했다.
새참 시간에 부모님과 내기를 했다.
4말 이하가 나오면 심현 승
5말 이하가 나오면 정농 승
5말 이상이 나오면 무일 승
기필코 이겨서 우리 아들들 통닭 사 먹여야겠다고 했더니,
정농께서는 이겨서 바다장어 먹으로 가시겠다고 한다.
이기나 지나 다 우리가 나눠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이 남는 것 -
'사는이야기 >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세, 올해 일도 끝이 보인다_121102, 금 (0) | 2012.11.06 |
---|---|
그들은 모를 것이다_121004, 수 (0) | 2012.10.24 |
녀석들을 만나면 위로가 된다 _ 120824, 금 (0) | 2012.08.24 |
세월이 가니 다들 떠나는구나_120821, 화 (0) | 2012.08.22 |
등골이 오싹하다_120812, 일 (0) | 201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