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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새끼 오리 여러분 꼭 살아 주셔야겠어_120601, 금

어제부터 논에 칠 오리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아주 단순한 일이다. 폭 1.5m에 길이는 70m 정도 되는 그물을 쫙 펼쳐놓고
야생동물이나 예취기 칼날에 그물코가 찢겨진 것을
튼튼한 비닐 테이프로 연결해서 이어주는 것이다.
찢어져 있는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를 만날 때마다,
어떤 모습으로 연결해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서
단순노동이 즐겁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손질한 그물을 논에다 치고, 

오리가 쉬거나 저녁에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집을 지어주고 
하우스에서 2주째 기르고 있는 오리들을 아래 위의 논으로 나눠 넣어주게 되면 
오리농법 벼농사 준비는 완료된다.

지난 1월에 기르는 오리들에게 산란촉진용 사료를 먹이기 시작해서
2월1일부터 오리알을 모으기 시작하였고,
4월 25일에 194개의 알을 모아서 부화장에 부화를 의뢰하였고, 
5월 23일에 드디어 135개의 새끼 오리가 태어났다.
부화장 안주인에게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온도를 30도 이상으로 맞춰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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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큰 물통 2개에 왕겨를 충분하게 깔고,
위에 그물을 덮어서 고양이나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해 주고
낮에는 햇볕 아래 밤에는 보일러실 속에다 400와트 전등 2개로 보온을 해 주었다.

열흘이 지난 지금 한 마리는 물에 흠뻑 젖고 동료들에게 밟혀서 죽었으나
추위에 떠는 한 마리를 살려내는 개가를 심현께서 올리셨고,
두 마리는 오리 물통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죽은 것을 제외하고는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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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기온이 높은 상황은 어미 없는 새끼 오리들에게는 축복이다.
부디 잘 살아서 끝까지 농사를 잘 지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만일 우렁이(달팽이) 농법이 유용하다면 오리농법 보다
훨씬 쉽고도 편리한데, 제초는 물론이요 거름을 주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우렁이 농법은 우리 논에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오리를 키우고 사료를 먹이고 그물을 치는 등 
엄청난 노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리농법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오리농법으로 키운 쌀 80kg 한 가마에 십년 전 보은에서도
30만원을 받았는데, 아직도 30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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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쌀 소비도 줄고,
다양한 형태로 외국산 쌀이 들어 오면서
쌀 가격은 답보 상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결국 국내 벼농사 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외국산 쌀 가격이 옥수수 가격 만큼이나 폭등하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허리를 졸라매고 쌀을 지켜가야 한다.

그 때가 되면 지금의 인건비는 하나도 없는데도
생산비 조차 건지지 못하는 벼농사의 성공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이미 벼 경작 면적이 매년 줄어들고 있고,
추곡 수매도 사라지고 있다.
추곡 수매가 사라진 보리의 경작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 되는 것과 같이
쌀도 농가의 자급자족을 위한 수준으로 경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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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에 비닐하우스로 시설 채소와 과일을 하거나
인삼밭으로 전용하는 작업이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다.

좋다. 먼 미래가 중요하지 않듯이 생산비라도 줄이자.
오리농법의 생산비 중 오리알 부화로 방향을 바꿔서 약 30만원의 비용을 줄였다.
트랙터와 써레질을 직접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약 70만원을 줄일 수 있고,
태평농법으로 전환하게 되면 거의 200만원의 투입비를 줄일 수 있다.

보리와 쌀의 이모작이 만일 가능하게 되면,
매출도 거의 줄지 않고 약간은 늘어나게 되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다.
쌀 가격이 노동에 대한 인건비를 보조할 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생산량도 줄이고 버티기 작전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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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농법의 마지막 단계는 사실 오리의 처분이다.
애써 키운 오리를 9월이 되면 논에서 빼내야 한다.
그 때는 곡식이 여물기 시작해서 오리들이 벼를 망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오리들을 전부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데,
처분할 방법이 없다.

헐값에라도 이 오리들을 처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오리농법 생산비 절감의 2단계 고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