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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미래형으로 즐거운 농부들_120510 목

'오늘 일 많이 했다'

하루를 끝내면서 기분좋게 웃으며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다.
일을 끝내고 나니 성취감 때문에 기분이 좋고,
오늘 저녁과 내일은 쉬거나 여유 있게 일할 수 있어서 
미래형으로 기분이 좋다.

덜꿩나무 꽃 _ 부천둘레길에서 무일

그래서 '오늘 일 많이 했다'로 끝내는 날은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 정말 일 많이 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논에 유기농 퇴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부터 시작해서
금왕읍 보습동 다섯집의 논에 퇴비를 뿌렸다.

우리 논에 퇴비를 뿌린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는데,
나머지 6시간을 동네 퇴비 뿌리는 자원봉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퇴비 포대를 들어 올리는 일을 할 수 있는 어른들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오후 막바지에는 팔에 경련이 날 정도였다.

시원하게 씻고 나서 맥주 한 잔으로 타는 목을 적신다.
젊음이 곧 유능한 농부다.

씀바귀 _ 부천 둘레길에서 무일



그렇지만, 시골생활을 오랜동안 준비했고,
착실하게 일을 도우며 배워 왔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보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참 막막했다.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철에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경험이 없는 젊은 농부만으로는 농사일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이 십년 동안 고생하시며 얻은 경험과 기술을
그대로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모르겠다.

정농과 심현, 두 분의 건강이 무일농원의 앞날을 밝게 비춰줄 것이다.
도시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나이 들면서 불필요하게 되지만
이곳 시골에서는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농업공동체와 잘 어우러지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 4시간은 논밭에서 일하고,
또 다른 4시간은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농촌형 공장이나 사무실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농촌의 저소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새벽 3, 4시부터 일어나서 농사일을 하고,
8시 근방에서 공장에 출근하여 하루 종일 근무한다고 한다.
이것은 과도한 노동이다. 
살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지 노동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관리하려는 정책의지가 필요하고,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노동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 이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이런 도농복합구조는 소득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과 함께
어른들에게 할 일이 언제나 있는 시골살이가
자식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도시 문명과 함께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노인문제나 시골의 고령화 문제도 같이 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아침 여섯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
한 낮에는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햇볕과 자외선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속에서 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아주 가끔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늘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일은 상쾌하다.

농부도 노동자이니 노동절에는 당연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신나게 놀았다.

오후,
부모님은 반장댁에 품앗이까지 다녀 오시고,
놀기 좋아하는 아들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며
소파 위에서 달디 단 낮잠을 주무셨다.

해가 없는 봄날이지만 자외선은 따갑다.
버프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난생 처음으로 관리기로 고추이랑에 비닐을 씌웠다.

농부들은 이제 운수노동자가 되었다.
돈을 들여 바퀴 달린 기계를 사서 운전하면 모든 일이 한결 쉬워진다.

다만, 기계를 사고 유지하는 비용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
게다가 기계가 없는 농부들은 이제 비싼 값을 치르고
기계를 불러서 일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몸으로 일하기가 어렵다.
농촌 인구가 고령화 되었어도 여전히 시골이 돌아가는 이유다.

물론 무일농원은 태평농법의 이상을 좇아 
그런 것 마저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만약을 대비해 비닐 멀칭하는 법도 배워 두련다.
부모님은 비닐 멀칭만은 한 해 더 해 보자고 하신다.
윗밭은 멀칭 없이 아래 고추밭은 멀칭을 하기로 했다.

관리기 운전은 재미있었다.
두 분도 아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 힘이 덜들어 좋아하신다.
해가 다 저문 7시 반이 되어서야 일을 끝냈다.

오전에 실컷 놀았으나, 오후에 오전 일까지 몰아서 했으니
노동절이 반드시 휴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감자탕에 인삼주 한 잔 걸치니, 글도 술술 써지고 졸음도 솔솔 온다.

잘 먹고 잘 자서 여섯시 십분 전에 의식은 깨었지만,
일어나지 않고 심현께서 깨워 주기를 기다렸다.
정확히 여섯시가 되자 일할 준비를 하자고 하신다.

다섯시 사십분에 일어나셔서 커피까지 타 놓으시고
작업도구까지 전부 챙겨 놓으셨다.
약간 식은 듯한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현관문을 여니 상쾌한 공기가 그만이다.

약 3시간에 걸쳐 고추심기를 끝냈다.
비가 오지 않아서 건조한 공기가 오히려 상쾌한데,
뿌려놓은 참깨의 싹이 간신히 고개를 내밀고 있고,
감자도 잎을 제대로 키워가지 못하고 있다.
고추 북주기를 하기 전에 단비가 내려 주기를 기원할 뿐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고 함께 와서
총 9명의 식구가 1박 2일 동안 영화도 보고(빔프로젝트 활용),
맛있는 음식도 먹고, 고추 말뚝도 박고 풀도 뽑았다.
놀기 좋고 일하기 좋은 즐거운 5월이다.

갑자기 지난 7개월 간을 돌이켜 보다가,
두 가지 귀중한 지혜(?)를 얻었다.

첫째, 돈을 벌면서 다이어트 하는 방법.
헬스다 약이다 식품이다 해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살 빼기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운동량 부족이다.
자연농법으로 농사지으면 돈을 벌며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목표 체중이 68kg이었는데, 과거 10년 동안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어제 오전에 달아보니 70kg.
잘 하면 금년 중으로 목표 체중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돈을 벌면서 건강해 지는 방법.
보약이나 비타민 C, 건강보조식품을 열심히 먹지만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간단한 방법이 있다. 친환경 양봉을 하는 것이다.
벌꿀과 관련 제품을 팔아 돈을 벌면서
거의 매일같이 벌침을 맞고 있으니 몸이 건강해 진다.
벌독에 적응된 사람은 왠만한 성인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