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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묘목들의 수난_120704


태평농법을 전파하는 종실에서

미래의 기대 수종이라는 3종류의 묘목을 구입했다.

단호두, 소귀나무, 훼이죠아.


접붙이기를 하지 않고 씨앗을 심어서 키워 낸 실생목이라는 

묘목이라 가격은 비싸지만 기대가 되었다.

특히, 꽃도 예쁘고 열매도 맛이 있다 하니

앞으로 5년 후의 수확이 몹시 기대가 된다.

새참 가져다 줄 우리 며느리들에게 많이 따줘야겠다.


지침대로 해가 거의 지고 난 후에 구멍을 뚫어 묘목을 심고,

왕겨까지 두툼하게 덮어주어 잘 살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었다.

총 13그루 34만원을 투자한 묘목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농사일에 바쁘고 가뭄이 심해지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묘목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보니

묘목의 잎이 오그라들면서 말라가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매일 저녁 물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미 말라가기 시작한 묘목들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그루는 이미 말라서 뿌리까지 뽑혀 버렸다.


가뭄에 잎이 말라버린 이 묘목은 살까?

열심히 물을 준다고 줬는데도,

살짝 당겨 보았는데 짱짱하게 버티기에

살아날 것이란 희망으로 매일 물을 주고 있다. 





묘목들의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물을 주는 사이에 우리를 탈출한 거위 녀석이 귀한 묘목의

생장점을 똑 잘라 먹어버렸다.

열심히 물을 주고 있지만 과연 살아날까?

새로운 성장 줄기가 나올까 옆가지가 생장가지로 바뀔까?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 하듯 원 줄기가 살아 있음에 곁가지가 돋아 날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열심히 물을 주었더니

양 옆의 잎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나고 있다.

균형 있게 잘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사고를 친 거위 녀석은 그동안 정농의 귀여움을 받으며

큰 소리치며 살다가 눈치밥을 먹게 되었다.

내친 김에 엄지마켓이라는 인터넷 장터에 내놓았다.

마당 넓은 집에서 사가야 하는데,

부자는 적고 가난한 중산층만 많으니 쉽게 팔리지 않을 모양이다.


그 밖에도 매화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등등 무수히 많은 나무들을 심었는데,

농사일에 매달리며 제대로 관리를 해 주지 못했더니,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얼어 죽어 버렸다.

다행이 대추나무 두 그루와 앵두나무는 잘 자라고 있는데,

겨울 오기 전에 월동준비를 철저히 해 주고 있다.


올 가을에는 다시 감나무와 매화나무, 모과나무를 사다가 심어서

반드시 좋은 나무로 키워야겠다.

아마도 환갑이 가까워질 무렵이면 이 나무들이

제법 나무 구실을 해 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이제 며느리만 보면 된다.

시간은 무일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