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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꿀벌 이야기

무기도 필요도 없는 불쌍한 수컷_120507 월

산수유가 활짝 피었을 때,
벌통 앞에 앉아서 가만히 벌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노란 꽃가루를 발에 묻혀서 가지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산벚꽃이 활짝 피어있을 때도 역시 벌들은
노란 꽃가루를 묻혀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부천둘레길을 돌다가 소나무에 붙어있는 
노란 꽃가루 곧 송화가루를 보았다.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다시 한 번 확인해야겠지만
세상의 모든 꽃가루들은 노란색일까?
아니면 벌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는 충매화들의 꽃가루는 노란색일까?
벌은 노란색에 유난히 반응을 하는 것일까?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은 블로그에서 확인한
꽃가루의 색들은 다양했다.
물론 이 꽃들이 모두 충매화인지는 알 수 없다. 
참 신기한 마이크로의 세계다.


벌은 한 번에 약 15mg의 꽃가루를 옮겨온다고 한다.
벌의 다리에 묻혀져 있는 꽃가루의 모양을 관찰해 보면,
우연히 묻혀온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차곡차곡 다져서 묻혀온 것으로 보인다.

입으로는 꿀을 빨아올려 몸속에 저장하여 옮기고,
뒷발에는 꽃가루를 묻혀 옮겨오는 벌들의 운반방식은 매우 원시적이지만,
몸무게가 90mg인 벌이 몸무게의 절반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하니,
뛰어난 효율성을 지니고 있다.

벌통에 이층(상궤라고 하던가?)을 올리려면,
여왕벌이 있는 벌집과 산란이 적은 벌집들 7장은 아래층에 두고,
산란을 많이 해 둔 벌집들과 빈 벌집을 7장 이층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서 여왕벌을 찾기 위해 눈이 빠져라 벌집들을 들여다 보는데,
몸집 큰 수펄들이 늘어나고 일벌의 개체수도 크게 늘어나 있어서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는 끔찍한(?) 일을 해야만 했다.
지금 시점에서 수펄은 필요가 없는 존재이다.
정농께서 과감하게 수펄을 잡아내어 두 손가락으로 눌러 바닥에 버리신다.
수펄들은 침도 가지고 있지 않아 자신을 방어할 무기도 없다.
무일도 수펄을 잡아 세상을 하직하게 하려는데,
손이 떨려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아, 불쌍한 수펄들이여.



얼마전 페친이 올린 동영상에서 감별된 병아리들이
그라인더에 갈려 나오는 끔찍한 장면을 보았었는데,
우리 벌통에서도 이런 살생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 어쩐다.

물론 벌들은 먹이가 부족하면, 스스로 수펄들을 쏘아죽여 내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꿀이 빨리 모이게 하기 위해 수펄들은 제거한다. 음,,, 정말 어쩐다.
오로지 종족 번식을 위한 염색체의 제공자인 불쌍한 수컷들의 운명.

벌들이 더 많은 꿀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
합봉을 시키다가 여왕벌 한마리를 찾지 못했다.
잘못하면 벌 두통을 다 망치게 될 상황이다.

합봉시킨 벌집을 온통 다시 뒤졌다.
마침내 정농께서 찾아내어 무사히 원래의 벌집으로 되돌려 놓으셨다.

휴우,
눈이 좋은 무일이 경험의 눈을 넘지 못한다.



벌통을 대여섯 번 만지고, 세 번을 쏘였더니 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조용히 움직이고 벌을 심하게 만지지 않으면 
절대로 공격하지 않는 순한 곤충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유 없이 머리카락 속에서
왱왱 거리니 두려움이 확 일어난다.
대책없이 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에서 저절로 두려움이 되살아 나는 모양이다.

인간은 참 약한 존재이다.

왜 머리카락 속으로 벌들이 날아들까?

지난 번에 벌을 보면서 농담처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성한 노동을 해서 꿀같은 땀이 흐르니 
벌들이 달라붙는 것이 아닐까 하고.

오늘은 벌통을 본 것도 아니고,
고추밭에 퇴비 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가는데,
벌 한마리가 주위를 맴돌다가 왼쪽 귀에 달라붙었다.




그러려니 하고 그냥 갈 길로 가는데,
갑자기 침을 놓고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그 때 깨달았다.
아, 벌에게 필요한 것은 소금이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잠시 물을 마셨고, 
귀를 제외한 얼굴 전체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귀에만 햇볕에 마른 소금기가 있었던 것이다.

모든 생물에게 꼭 필요한 소금을 구하러 다니던 일벌이
내 귀의 소금을 보고 내려 앉았는데,
귀가 흔들리니까 놀라서 벌침을 놓고 떠나 버린 것이다.

이것 또한 추측이나,
그동안 벌에게 물을 주면서 소금을 타 주지 않았더니
소금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소금이 없으면 신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생장, 발육, 생식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여 종족 보존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벌도 번식을 위해 소금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흐음,,, 이 예리한 통찰력 ^^;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